책상 모퉁이 새겨진 기도
김 종 철
늦은 나이, 조그만 출판사 하나 차린 나는
이른 아침 책상모퉁이에서 기도한다.
남들 볼세라 무릎 꿇은 괘종시계
추처럼 두 손 모우면
그때마다 불청객처럼 문 두드리는 한통 전화.
어이, 종처리
하느님보다 먼저 응답하며
내 아침기도의 불평을 틀어막은 편운.
저녁 대포 한잔하세나
이보다 더한 세상 응답 또 있을까
문득 당신을 그리면
내가 더 그리워지는 그 책상모퉁이.
때때로 마음 쓸쓸하면 우리는
정종대포로 데워진 혜화동
당신을 기다려 본다
한잔, 또 한잔 흔들리면
‘봄날은 간다’ 십팔번 한 곡조 뽑고
갱상도 첫발음 조심하라는 산사山史도 촛병화하고
우리는 안다 이 풍진 세상
목로주점에서 돌아앉은 당신의 파이프
합석한 우리만 모른 채하는구나
바람 불고 또 날이 가면
이승에서 다 같이 갑장 된 우리
시의 화석으로 남게 되리라
김종철 (시인)
출생 1947 (부산시 서구)
데뷔 1968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 시 《재봉(裁縫)》당선
1970년 〈서울신문〉에 《바다변주곡》당선
경력 〈신춘시(新春詩)〉 동인
한국 문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 회원
문학수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