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을
조병화
농촌에서 태어난 꿈 많은 소년은
이왕 이 세상 가난한 식민지에 태어났으니까
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 깊이 생각을 했다.
보이는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보이는 이 세상은, 발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은, 책으로, 상상으로,
손년은 틈 있는 대로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끝없이 잡히지 않는 꿈을 잡으려
지도를 더듬고, 책을 더듬었다.
먼 곳으로 보다 먼 곳으로
넓은 곳으로 보다 넓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보다 깊은 곳으로
혼자서, 생각하면서.
어린 나는 항상 나와 내가 자문자답을 하면서 내면으로 내면으로 살았습니다.
…
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보다 많이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그것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눈에 보이는 자연의 세계, 지구는 발로, 눈으로, 온몸 다하여 보다 많이 돌아다니면, 그렇게 후회없이 많이 돌아다니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 즉 정신(상상)의 세계는 책을 통해서 그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것을 통해서 만족할 수 있도록 상상의 여행을.
…
이렇게 인생론을 세워 놓고 출발한 나의 인생, … 실로 이 좁은 지구를 그렇게 많이 이 나라, 저 나라, 이곳, 저곳, 여행을 했습니다. 이젠 아무런 후회가 없을 정도로.
그러나 책을 통해서 여행을 하는 이 상상의 세계의 여행, 그 영혼의 세계로는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는 여행을 아직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학교수를 오래 했다곤 하더라도. 글을 그만큼 읽고 쓰고 했다곤 하더라도.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1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