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조병화
무료한 나머지
딸 생각에
북미대륙 한 자락, 바닷가에 붙어 있는
딸에게
장거리 국제전화를 걸어 본다
부재 중이다
어딜 갔을까,
잘 있는지, 부질없는 이 마음
세월이 멀다
태평양 바다 물결소리
너는 거기에
너는 여기에.
조병화,『세월의 이삭』
지금 막내딸 영(泳)이는 외손자 교육 때문에 작년 12월에 미국 샌디에이고(Sandiego)에 가 있습니다. 미술을 하고 있습니다. 판화를.
이렇게 서로 떨어져 살다가 머지않아 나는 죽어서 아주 헤어지게 되겠지만, 이러한 감정이 인간이겠지만, 나는 아직, 그 인간의 감정을 아주 다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착을 버리는 것, 그것이 내 시의 출발이었지만, 참으로 많이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시들을 써 왔습니다.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속에서 「후조(候鳥)」, 둘째 시집 『하루만의 위안』속에서 그 「하루만의 위안」이라는 시를 비롯해서 실로 많은 애착을 버리는 훈련을 해 왔지만 아직은 쥐꼬리만 한 것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애착을 완전히 버려야 이 여생이 가벼워지겠는데. 그럼. 또.
조병화,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pp. 138-1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