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릉莊陵
조병화
장릉에 갔다 왔지
슬프게 죽음을 당한 어린 왕
그분이 먼 이야기처럼 묻혀 있는
그곳에 갔다 왔어
강원도 영월이라는 구석진 곳에 있었어
동강이 흐르고 있었지
동강은 우리나라 마지막 자연이라 했어
그 마지막 우리나라 자연을 볼 겸해서
훤히 뚫린 21세기 아스팔트 넓은 길을
줄곧 달려서 한 네 시간
그때 그 시절 어린 그 왕은 귀양길을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해도 너무 했어
잔인해도 너무 잔인했어
넘어도 넘어도 산
건너도 건너도 개울
조병화, 『세월의 이삭』
이제 봄이 활짝 가슴을 열었습니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하늘의 질서대로 피어가면서, 그 지독했던 겨울도 꽁지를 설설 감춰 가고 있습니다.
『동강』이라는 문예잡지가 창간이 되었습니다. 이 잡지에 발간 축시를 썼습니다만, 이 잡지의 출판기념회(4.5)를 영월 군청에서 군수가 주최한다고 해서 이곳 서울 문인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관광버스 2대.
평소 영월, 그곳을 한번 가 보고 싶었던 차에, 장릉(莊陵)도 구경할 생각으로 갔던 겁니다.
동강은 생각했던 것보다 물줄기가 가늘고, 그렇게 썩 경치가 좋은 곳은 못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김삿갓(金笠)이 그곳에서 머물렀으며 그의 무덤이 있다기에 그의 유적지를 답사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무덤은 그의 생애처럼 소박하면서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조병화,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pp. 20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