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조병화, 제13시집『시간의 숙소를 더듬어서』
나는 이 시를 쓰고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다. 매초, 매분, 매 시간, 매일을 이렇게 헤어지는 연습을 해가며 살아야 한다고.
사랑하는 사람이면 더욱 뜨겁게 사랑을 하면서 후회 없는 작별을 만들어 가야 하겠고, 정다운 가족들하고도 그렇게 후회 없는 매일매일을 정과 사랑과 뜻으로 살아가야 하겠고, 벗들도 이웃들도 다 그렇게 후회 없는 애정과 신뢰와 근면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철학을 길러 왔던 것이다.
결코 이 시는 부정적인 시가 아니다. 더욱더 적극적으로 긍정을 바탕으로 한 생활철학이다.
이렇게 나는 내가 절실히 생각하는 것을 살아왔고, 살고 있고, 그것을 시나 작품으로 써 가고 있는 거다. 때문에 나의 시는 모두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의 분신이라 하겠다.
조병화,『홀로지다 남은 들꽃처럼』, 해문출판사, p. 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