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301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9 views

제118신  오징어

지난 9, 10일에 포항제철에 강의차 내려갔다 왔습니다. 포항제철 사원 주택 공원 안에 있는 포항제철 아트홀에서 있었습니다. 주로 이곳에 살고 있는 포항제철 사원 부인들을 위한 교양 강좌이지요. 한 천여 명이 운집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잘 조직이 된 이곳 포항제철의 문화 생활이었습니다. 학교가 있고, 공원이 있고, 아름다운 주택이 있고, 숲이 있고, 호수가 있고, 산책길이 있고,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소와 대학이 있고, 외국에서 흔히 보는 대학 도시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강연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나는 포항에서 구룡포로 돌아 내리는 꼬불꼬불한 영일만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했습니다.
가난한 어촌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난하게 보이는 어민들의 집엔 집집마다 오징어들을 줄에 매달아 말리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시처럼.

오징어들이 기폭처럼

한 이천 년 전
박혁거세의 신라시대에도
그러했겠지
파도 치는 넓은 영일만 해안
고적한 언덕 위에
오늘도 오막살이 집 한 채 있어
오막살이 집 한 채 돌담 장대에
하얀 오징어들이 줄줄이 널려 있었습니다

가을 햇살이 소금 바람을 타고
반짝반짝 하늘과 바다 사이를
시원시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부끼는 기폭처럼
오징어들이 흔들거리며. (1995.10.10.)

실로 끝없는 하늘, 끝없는 바다, 끝없는 세월을 이렇게 고적하게 어민들이 끼니를 생명처럼 이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럼, 이 가을을 보람 있게 보내 주시길. (199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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