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94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12 views

제111신  장마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곳은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억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편운재 우리 마을은 수해가 없습니다만, 신문 뉴스를 통해서 보는 전국은 엉망으로 수해를 입고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경기ㆍ충청도의 수해는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철도가 부서지고, 철교가 붕괴되고, 논밭이 떠내려가고, 한 마을이 몽땅 수몰되고 산사태가 나고, 가축이 떠내려가고, 농작물의 수해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한강도 위험선을 넘어갈 직전이라고 하니, 국민들의 생존이 큰 난리이옵니다.
그곳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8월 장마라는 말은 듣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큰 장마가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이러한 큰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나무 그늘에선 매미들이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 구석구석에선 귀뚜라미들이 숨어서 숨어서 울고 있습니다.
어둡고, 고적하고, 만물이 벌을 받고 있는 듯한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빗소리와 함께.
이러한 천지에서 작은 공간에 묻혀 다음과 같은 시를 하나 썼습니다.

장마

진종일,
세상이 캄캄한 비이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물이옵니다

들리는 것이 빗소리, 물소리
캄캄한 어둠 소리,

나는 이곳에 갇혀,
작은 등불로 어둠을 뚫고
축축한 빛 아래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모두 혼자이옵니다. (1995.8.25.)

추석이 머지않았습니다. 늘 건강하게, 보람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또. (199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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