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55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61 views

제72신<원본 제73신>  어머님께 올리는 기도

요즘, 다음과 같은 작품을 썼습니다.

어머님께 올리는 기도

어머님,
제가 긴 이 인생을 마치고
어머님 곁으로 돌아갈 때엔
똑똑한 말로, 이 세상에 마지막 인사를
한마디 하게 해주십시오

세상을 떠날 무렵부터
몸과 혼이 어지럽게 된 사람 많이 보아 옴에
어머님, 제가 이 세상 하직할 때엔
성한 몸과 혼으로
똑똑히 마지막 인사 한마디
하게 해주십시오.

아, 세상 일 모르는 일이라
이렇게 간곡히 말씀 올립니다
어머님, 제가 당신 심부름 다 이루고
당신 곁으로 돌아갈 때에는
몸과 혼이 성해서
똑똑한 인사 말씀 한마디 하면서
고요히 눈감게 하여 주십시오.
신세 많았다, 고.

요즘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실로 병신이 된 노인들의 비참한 광경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도 한 번 고혈압으로 뇌졸중에 걸려서 쓰러진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제발 성한 몸으로 죽어야지, 하는 근심을 늘 하게 됩니다.
때문에 요즘, 아침 침대에서 눈떠서 별로 아픈 곳이 없으면 “어머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하고 일어나곤 합니다. 이 시와 같은 소원을 중얼중얼 어머님께 올리곤 하면서.
이제 추위도 슬슬 물러나는 환절기에 들어섰습니다. 우리 집 대문에 있는 라일락은 벌써부터 싹들이 멍울이져서 날로 통통해지고 있습니다. 소녀들의 젖가슴들처럼.
머지않아 또 봄이 오겠지요.
그럼, 또 편지 올리겠습니다. (199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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