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52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47 views

제69신  당신의 사랑은 나의 힘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안녕들 하시지요? 나도 이러한 전화나, 편지나, 인사를 여러 곳에서 받을 때가 있습니다.
별다른 일들도 없고, 그저 원고 쓰는 것 이외에는 한가로 이 시간과 세월, 그 잔잔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한 일상생활을 다음과 같이 시로 하나 남겼습니다.

우문우답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묻는 사람 있으면
“그저 그렇게 지냅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해가 지고, 해가 뜰 때까지
“그래그래 그저 지냅니다”

한없이 부풀어 가는 어수선한 세월
어수선한 큰 도시, 한구석에서
시멘트 냄새 마시며, 가스 냄새 마시며,
사람 냄새 마시며, 오물 냄새 마시며,
시궁창 냄새 마시며, 신문ㆍ잡지 냄새 마시며,
돈 냄새 마시며,
“작게 작게 그저 숨어서 지냅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가고,
세월이 지나가고, 눈이 내리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해가 지고 해가 뜰 때까지

이 작품이 잘되어 있는지, 잘되어 있지 않은지는 당신이 판단할 일이지만, 세월이 돌고 도는 이 세상 속에서 요즘 나의 서울 생활은 그저 어수선한 사람들의 바람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러할수록, 당신의 사랑이 절실히 그리워집니다.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서, 특히 이러한 고독한 연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절대 위안이며, 그 절대 휴식이며, 그 절대 생기옵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살아간다는 말이며, 서로 살아가는 절대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이 나의 힘입니다.
그럼 또. (199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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