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5호 크리스마스 트리 (2009년 12월 22일)👁️ 조회수: 8,024 views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존다

포도주에 만취한 아버지는
난로 가에서 긴 코를 골으시고

활 활 타오르는 불꽃
먼 눈 내리는 밤이 깊어간다

양이도 원이도 진형이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오길 기다리다
잠이 들고

상록수 나무 가지가지에
하얀 솜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
북쪽 나라 나 사는 마을

눈 내리는 창과 창들에
불꽃이 피고
불꽃가에서
엄마가 밤을 샌다
메리 크리스마스.

……
부산 피난시절 성탄 전야 송도집에서
벽난로에 장작을 피우고 혼자 술을 마시며,
고요히 크리스 마스 이브를 보내던 밤의 즉흥시이다.

『고백: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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