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41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54 views

제58신  나의 시가 나의 시론

 

일방적인 편지를 먼 그곳, 당신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나의 생애를 정리해 보는 것이지요.
나는 원래부터 문학을 하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의 청춘 시절엔 문학 같은 것은 시시하게 생각이 되었던 것입니다.
문학 같은 것은 인생의 낙오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시시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 건실한 사람들이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도 수재들만 간다는 동경고등사범학교 이과 물리화학과로 진학을 했던 겁니다. 물리화학 방면에서 내가 남을 수 있는 일을 하려고,
그랬던 것이 해방이 된 조국으로 돌아와서 그 꿈은 깨지고, 절망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꿈의 좌절이지요.
그 꿈의 좌절에서부터 나를 다시 찾으려고 방황한 끝에 시를 쓰기 시작했던 겁니다.
자기 구원이지요.
이렇게 해서 시작한 시의 길이 나의 인생의 길로 되어 온 것입니다. 때문에 나는 기성 문학으로부터 문학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나로부터, 나의 경험으로부터, 내가 살려는 길을 찾아서, 시를 쓰고 문학을 시작한 것입니다.
나의 경험으로, 나의 철학으로, 나의 인생관으로, 문학을 찾아가는 그 문학을 했던 겁니다. 다시 말하면 기성 문학으로부터 문학을 배워서 문학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때문에 나의 시가 나의 시론이요, 나의 생각이 나의 문학론이었던 겁니다. 그만큼 문학(시)을 살아왔던 겁니다. 문학(시)을 써온 것이 아니라, 문학(시)을 살아왔던 겁니다.
종교도 매 한가지옵니다. 기성 종교를 믿어 온 것이 아니라, 종교를 찾아가는 종교, 그 경험 종교를 살아왔던 겁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체험하면서 내가 실감한 것을 종교로 살아왔던 겁니다. 찾아가는 문학, 찾아가는 종교, 찾아가는 그 인생을 살았던 겁니다. 이야기가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또. (199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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