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신 제1회 문학자 대회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는 7월 24일부터, 경주(코오롱 호텔)와 포항에서 열렸던 제1회 한국 문학인 대회에 고문 자격으로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포항제철과 동아 그룹이 스폰서가 되고, KBS와 문화체육부가 후원하고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대회였습니다. 소위 순수 문학파와 참여 문학파(민족작가회의)의 화합의 장을 만들어 본 대회이지요.
서울 부근에 주거하고 있는 문인들은 9시발 울산행 새마을호 문인 열차 칸에 분승해서 내려갔습니다. 장소는 경주 불국사 아래 있는 코오롱 호텔. 코오롱 호텔은 개업 당시 내가 대회장으로서 치렀던 제4차 세계시인대회(1979.7.) 경주 대회장으로 이용했던 곳이었습니다.
의제는 ‘한국 문학, 어제ㆍ오늘ㆍ내일’이었습니다. 나는 이런 곳에 흥미가 없었지만, 대회의 어른으로서 이탈할 수가 없어 건성으로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는 옛날부터, 그러니까 내가 문학의 길로 접어들면서부터 문학의 이론을 늘 거부해 왔던 겁니다. 문학에는 일정한 이론이나 주장이나 주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의견이었습니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작가 자신의 인생이며, 그 신념이며, 그 개성이며, 그 철학이며, 그 삶 그 자체라는 것이 나의 주장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흔히 문학자들의 대회에서 보는 ‘오늘날의 한국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든지, ‘현대문학의 과제’라든지, ‘현대시의 역할’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보면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실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이 되곤 하는 겁니다. 우리가 전체 국가도 아니고, 통일 독재 국가도 아닌 이상 ‘이래야 한다’, ‘이래라’ 하는 식의 강요되는 문학, 예술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늘 나는 이렇게 생각해 오는 사람입니다.
쓸데없는 이야길 많이 늘어 놓았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길. (1994.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