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16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330 views

제33신 오월의 자연은 생존들의 축복

편운재에 장미꽃이 이곳 저곳 빨갛게 피기 시작하고, 라일락 향기에 이어, 찔레꽃과 장미꽃 향기로 오월의 대기가 목욕을 하고 나온 것처럼 맑고 향기롭습니다.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들 하고 있지만, 그 뜻을 알 것만 같습니다. 우거져 가는 신록, 그 사이사이에 비춰드는 광선, 그 광선을 넘나드는 산새들, 그리고 새 소리들과, 꾀꼬리ㆍ뻐꾸기 울음소리들, 실로 오월의 자연은 생존들의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오월에 안겨서 책을 읽고 있는 인생, 나에게 그 인생이 이러한 노후에 있다니, 참으로 감사에 가득 찬 만년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을 읽었습니다. 중국 송(宋)나라 시대에 주신중(朱新仲)이라는 선비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주신중이 쓴 『주신중오계(朱新仲五計)』라는 게 있는데, 다소 살아가시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여기 적어 봅니다.
생계(生計)ㆍ가계(家計)ㆍ신계(身計)ㆍ노계(老計)ㆍ사계(死計), 이것이 주신중의 오계(五計)라 하는 겁니다.
생계(生計)는 살아 있는 것을 잘 다스리는 것이고, 가계(家計)는 집을 잘 다스려 가면서, 남에게 금전적으로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사람에게 빚 없이 살아가면서 집을 잘 꾸며 살아갈 것이고, 신계(身計)는 몸을 잘 다스리면서 항상 건강하게, 깨끗하게, 병이 잘 들지 않게 살아갈 것이고, 노계(老計)는 늙어 가는 것을 잘 다스려서 멋있게 아름답게 늙어 가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살아갈 것이고, 사계(死計)는 늘 죽어 갈 것을 다스리면서 아름답게, 곱게, 추하지 않게, 죽어 갈 것을 살아가라는 말이라 합니다.
말하자면 살아서 죽을 때까지 자기 몸과 인생을 잘 가꾸어서 남에게 해롭지 않게, 집안을 궁하지 않게, 몸을 건강하게, 아름답게 늙어서 아름답게 죽어 가라는 말이겠지요.
당신이나 나는 글을 쓰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정신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서 자기 자신을 맑게 잘 다스리고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아름답게 늙어서, 아름답게 죽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숙제로 남습니다.
개구리 우는 밤, 당신이 몹시 보고 싶습니다.
그럼 또. (199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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