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07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조회수: 3,516 views

행화촌 그리고 무교동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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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0월 22일 오전 10시,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은 유 교수를 문과대학장(葬)으로 천재·학자들이 모여 있는 극락세계로 보냈다. 그 장례식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추도시를 읽었다.

아, 이 영원한 휴강

아침 7시, 당신 따님에게서
걸려온, 이 슬픈 전화의 목소리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학교에 좀 알려주세요.’
그러니까 당신이 영면한, 오늘
1966년 10월 20일 오전 6시 50분
바로 10분 후였소 그려
나는 반신반의를 하며
몇몇 친지에게 그렇게 전화연락을 하고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나갔소
오늘 목요일에 첫 교시부터 당신의
“국어 발달사”, “국어학 특강”, 대학원의 “음운론연구”
”……“
42강의실,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차마 말이 안 나와
‘오늘 유선생 강의는 휴강, ……’ 하다가
그만 울음 터져 나와
‘유 선생 오늘 아침 별세하셨어,’
하는 수 없이 말해버렸소

당신이 사랑하던 학생들
아! 이 영원한 휴강
마음 누르며, 그 계단 걸어 내려왔소

체, 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체, 하지 않는 당신.
남의 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남의 얘기 하지 않는 당신.
말 먼저 내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말 먼저 내지 않는 당신.
말 먼저 내고, 지키지 않는 세상에서, 하나도
말 낸 말 지키지 않는 말 없는 당신.
자기 얘기 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자기 얘기 하지 않는 당신.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가리는 세상에서, 하나도
그런 거 저런 거 내색하지 않는 당신.
정확한 가운데서도 더욱 더
정확한 당신.

아, 돌처럼 차고
돌처럼 따스한 당신.

당신이 이렇게 빨리, 먼저, 눈 감을 줄이야
이 세상 두고, 이렇게 훅 가버릴 줄이야
여보! 이건 너무하구려.
말 많고, 남의 얘기 좋아하는
수군덕군 많은 세상
생사람 말려들어 가는 이 세상, 이곳에서
항상 말 하나 없이 이겨내던 그 많은 오해
그 ‘깨끗함’,
당신 죽음처럼 투명하구려.

당신은 우리 국어학계의 별
맑고, 밝고, 투철한
모국어의 샛별이었소.

그 별, 그 빛을 다하지 못하고
초밤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혼자
차갑게 사라지다니
참으로 아깝소
우리말, 맑은 밤을 위하여
참으로 아쉬운 마음, 짝이 없소.
󰡔이조국어사연구󰡕, 󰡔이조어사전󰡕, ……, 지금
다시 만져봄에
당신 고운 손길, 만지는 거 같아
그만, 눈물 가리오

할 수 없소, 먼저 떠난 길
이제, 속상함 없이, 서서히
그곳에서, 쉬며, 우릴 기다려주오구료

금하 다방에서 우릴 기다리듯이
그 다정한 그 모습으로,

수많은 학생, 수많은 교수, 동료들, 졸업생들이 운집한 연세대학교 도서관 앞뜰에서 유 교수는 실로 교수다운 대접을 받으며 서서히 자기가 몸담고 연구, 교수하던 교정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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