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화촌 그리고 무교동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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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0월 22일 오전 10시,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은 유 교수를 문과대학장(葬)으로 천재·학자들이 모여 있는 극락세계로 보냈다. 그 장례식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추도시를 읽었다.
아, 이 영원한 휴강
아침 7시, 당신 따님에게서
걸려온, 이 슬픈 전화의 목소리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학교에 좀 알려주세요.’
그러니까 당신이 영면한, 오늘
1966년 10월 20일 오전 6시 50분
바로 10분 후였소 그려
나는 반신반의를 하며
몇몇 친지에게 그렇게 전화연락을 하고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나갔소
오늘 목요일에 첫 교시부터 당신의
“국어 발달사”, “국어학 특강”, 대학원의 “음운론연구”
”……“
42강의실,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차마 말이 안 나와
‘오늘 유선생 강의는 휴강, ……’ 하다가
그만 울음 터져 나와
‘유 선생 오늘 아침 별세하셨어,’
하는 수 없이 말해버렸소
당신이 사랑하던 학생들
아! 이 영원한 휴강
마음 누르며, 그 계단 걸어 내려왔소
체, 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체, 하지 않는 당신.
남의 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남의 얘기 하지 않는 당신.
말 먼저 내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말 먼저 내지 않는 당신.
말 먼저 내고, 지키지 않는 세상에서, 하나도
말 낸 말 지키지 않는 말 없는 당신.
자기 얘기 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하나도
자기 얘기 하지 않는 당신.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가리는 세상에서, 하나도
그런 거 저런 거 내색하지 않는 당신.
정확한 가운데서도 더욱 더
정확한 당신.
아, 돌처럼 차고
돌처럼 따스한 당신.
당신이 이렇게 빨리, 먼저, 눈 감을 줄이야
이 세상 두고, 이렇게 훅 가버릴 줄이야
여보! 이건 너무하구려.
말 많고, 남의 얘기 좋아하는
수군덕군 많은 세상
생사람 말려들어 가는 이 세상, 이곳에서
항상 말 하나 없이 이겨내던 그 많은 오해
그 ‘깨끗함’,
당신 죽음처럼 투명하구려.
당신은 우리 국어학계의 별
맑고, 밝고, 투철한
모국어의 샛별이었소.
그 별, 그 빛을 다하지 못하고
초밤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혼자
차갑게 사라지다니
참으로 아깝소
우리말, 맑은 밤을 위하여
참으로 아쉬운 마음, 짝이 없소.
이조국어사연구, 이조어사전, ……, 지금
다시 만져봄에
당신 고운 손길, 만지는 거 같아
그만, 눈물 가리오
할 수 없소, 먼저 떠난 길
이제, 속상함 없이, 서서히
그곳에서, 쉬며, 우릴 기다려주오구료
금하 다방에서 우릴 기다리듯이
그 다정한 그 모습으로,
수많은 학생, 수많은 교수, 동료들, 졸업생들이 운집한 연세대학교 도서관 앞뜰에서 유 교수는 실로 교수다운 대접을 받으며 서서히 자기가 몸담고 연구, 교수하던 교정을 떠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