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편운문학상 수상자 : 신달자, 오민석👁️ 조회수: 799 views

신달자(시)
오민석(평론)

■ 시상일시  :  2024년 5월 4일(토) 오전 11시
■ 시상장소  :  조병화문학관

■ 수상자와 수상시집 :

                  신달자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오민석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


  심사평

   신달자의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은 격정적이면서도 고요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슬프면서도 화려하다. 그는 밀도 높은 시적 긴장과 템포를 통해 “내면으로부터 세상까지의 길이 보”이는 여정으로 가열차게 치닫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세상의 “핏줄”, “삶”, “운명” 등을 헤집으며 “파란만장”의 내면 풍경을 직시하고 포착하고 감각화하는 역동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의 시 세계는 “피딱지 같은 물집 상처”로 검붉고, “눈비 뒤섞이는 말”들로 소란하고, “팔방 아득아득”한 막다른 골목에 질식하는 기억의 편린들로 부산하다. 세상사는 이처럼 늘 “광풍과 폭우”들이 들끓고 “땅까지 뒤집는 천둥”으로 분주하다. 이를테면, “평화롭게 먹고 마시는 내 부엌” 안에도 “다섯 개의 칼이 번뜩거리며 용도를 기다리고”, “산 생선이 금방이라도 푹 익는 300도의 끓는 물”과 “뼈도 가루가 되는 믹서기”가 “전쟁”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입에 화상을 입더라도 서러움은 나누는 것이 아니”고 “가만가만 내 혀로 천년 고독을 핥으며 잠재워야” 한다. “저것이 삶이라면” 시적 화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달자의 시 세계는 “뻘” 같은 “진구렁 과거”를 지나 “검은 그림자는 물러서고” “텅 비고 꽉 찬 생의 계산”을 “흰빛으로 증언”하는 환한 구극의 영역을 언뜻언뜻 열어가고 있다. “어둠 실하게 진한 밤 온몸으로 눈뜨고 있는 흰빛”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16세기 성인이자 가르멜 개혁가, 십자가의 성요한이 언명한 ‘밤은 어두웠으며, 그리하여 밤이 밤을 밝히었다.’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뒤틀리고 구부러진 나에게” “더 고요히 잠잠해져라/더 가벼이 비워라”라고, 반세기가 넘도록 일러준 “종이의 울림”을 좌표로 걸어온 그의 시적 생애의 도달점이다. 어둠이 어둠을 통해 반사해내는 눈부신 “흰빛”! 신달자의 시 세계가 문득 당도한 외롭고 아득하고 숭고한 높이이다. 편운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드린다.  


   오민석 평론집,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는 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선명한 자의식을 전제로 시작한다. 그는 『글쓰기의 어려움』에서 “진실”의 추구와 관습의 거부를 전면에 내세운다. 글쓰기의 매력은 비본래적 자아로부터 본래적 자아를 찾는 과정의 발견이고 기쁨이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그의 글쓰기는 제도적인 관습적 상상력에 대한 부정의 상상력이 근간을 이룬다. 그는 부정의 상상력을 통해 “무의식처럼 은폐되어 있는 고뇌와 죽음, 그리고 사랑을 건드려 드러나게 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하이데거식 화법으로 말하면 은폐된 존재를 탈은폐 하는 ‘존재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의 이러한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고통의 축제’로 이해된다. 이때, 축제란 문학적 유토피아를 향한 꿈의 세계를 가리키고, 고통이란 꿈의 거울이 반사시키는 궁핍한 현실이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꿈의 언어는 우리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타성적인 현실의 억압, 결핍, 고통을 자각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문학적 꿈의 아름다움은 부정과 위반의 속성을 지닌다.
   오민석의 이러한 비평적 자의식은 박경리, 밥딜런, 오세영, 최동호, 이재무 등의 시인론과 작품론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된다. 특히 그는 시인들의 시 세계를 가장 적실한 비평이론과 시각으로 깨워내고 설명하고 공감하는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비평이론이 작품을 풍요롭게 재탄생시키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인간, 문명, 자연이 되찾아야 할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환기시키는 한 전범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비평적 정도에 충실한 성과물이 편운문학상 수상을 하게 된 것에 반가워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더욱 큰 문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이건청, 홍용희(글), 여태천





   편운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큰 별 조병화(1921〜2003) 시인이 고희를 맞아 1990년에 자신이 생전에 입은 많은 은혜를 보답하고 후진을 격려하려는 뜻에서 제정하였다. 이후 1991년부터 2023년까지 33회에 걸쳐 87명의 수상자를 배출하여 한국 시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 행사는 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조병화문학관(관장 김용정 조진형)이 주관하며, 안성시와 한국문학관협회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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