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유혹
Pisa에서
언제 자빠질지도 모르는 기운 종탑에
개미 떼들처럼 사람들이 올라가
그 꼭대기에서 손을 흔든다
“나 여기까지 왔노라”라는 듯이.
인간들은 이렇게 가장 높은 곳에, 그리고
가장 먼 곳에, 그리움을 두고 있는 거
그러나 목숨엔 한정이 있다
가고, 올라가는 곳에도 한정이 있다
소망하는 것이 그러하듯이.
로마, 피사, 피렌체 차 속에서
시집 『해가 뜨고 해가 지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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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제 29시집 『해가 뜨고 해가 지고』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플로렌스에서 서쪽으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피사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기운 탑(사탑, 斜塔), ‘피사{Pisa)의 사탑’을 구경하러 간 것이지요.
와 보니 참으로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는 거대한 석탑이 큰 사원 푸른 잔디밭에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물론 대리석으로 건축이 되어 있었습니다. 정교한 조각으로.
세계의 7대 불가사의가 있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기울어진 탑이 넘어지지 않고 있는지, 잔디밭에 누워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울어진 탑에 겁도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그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까마득한 하늘 공간에서 손을 흔들고들 있었습니다. 사람의 욕망이 그러한 것처럼.
인간은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보다 신기한 곳을 욕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러나 모두 그 한도가 있는 법, 아무리 멀리 가고 싶어도 더는 멀리 갈 수 없는 곳이 있고, 더는 높이 갈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인간의 욕망, 한도가 있는 곳에서 한도가 없는 유혹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로 ‘내일’이라는 세월은 인간에 있어서 무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인간의 꿈은 이 ‘미지의 세계’를 끊임없이 동경하며 갈구하는 열망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이 열망을 살고 있는 겁니다. 되도록 먼 것을, 되도록 높은 것을, 되도록 새로운 것을, 되도록 신비스러운 것을, 되도록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한도 있는 생명으로 살아 있는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