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71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스카이 라운지 (반도호텔 옥상 스카이 라운지에서)👁️ 조회수: 4,631 views

32 스카이 라운지 (반도호텔 옥상 스카이 라운지에서)

반도호텔 옥상 글래스 룸은
서울의 스카이 라운지

노을이 번지는 유리창 안에서
이국종 사보텐처럼 술을 마신다

하강하는 항공기처럼
가벼운 날개를 밤이 내리면

서울은 창 밖에 북극
쓸쓸한 古都
부부의 화해처럼 깊어만 간다

영원한 정지 속에
호흡처럼 가는 생존

서울 옥상에서 술 마시는 이방의 베가본드는
친절과 교만의 미소를 놓고 간다

별이여
영원한 性의 슬픔이여
어쩔 수 없이 옷을 벗는 나의 여인이여
조국이라는 이름의 땅이여

고독은 자유항
밤이라는 언덕이여

반도호텔 옥상 글래스 룸은
서울의 스카이 라운지

밤과 별과 마음이 번지는 유리창 안에서
이국종 사보텐처럼 술을 마신다.

시집 『서울』에서

주: 사보텐은 선인장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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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수를 강의하러 들어간 교실에 이강석(李康石) 군이 있었습니다. 이강석 군은 대단히 말쑥하게, 깨끗하게, 총명하게 생긴 귀여운 소년이었습니다. 강석군의 동생 강욱(康旭) 군도 서울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강석 군이 “선생님, 이 쿠폰을 가지고, 반도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좋은 술 드세요” 하고 여러 장이 한 권이 되어 있는 쿠폰을 주었습니다. 이강석 군은 잘 알려진 대로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 이기붕 씨의 진짜 아들입니다.
나는 서울고등학교에서 별명이 ‘술통’이었습니다. 부산 피난시절 ‘통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지나가던 학생 눈에 띄어서 글씨를 좌로 읽을 것을 우로 읽어서 ‘통술’이 ‘술통’이 된 겁니다. 또한 술도 참으로 많이 마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별명이 ‘술통’이 된 겁니다. ‘술통’이라는 별명은 삽시간에 온 학생들에게 퍼져서 서슴지 않고 운동장이나, 낭하나, 교실에서나, 나의 이름이 되어 버린 겁니다. 나는 이 별명 때문에 오히려 인간적인 실로 인간적인 그 인간을 살아 갈 수가 있었습니다. 교원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위선적인 인간을 살지 않고
나는 이강석 군이 늘 보급해 주는 쿠폰을 가지고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스카이 라운지로 저녁마다 좋은 양주를 마시러 갔던 겁니다.
반도호텔은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입니다. 그 때만 해도 이 반도호텔이 가장 큰 호텔이었습니다.
스카이 라운지는 이 호텔 옥상에 있었습니다. 과연 외국인들이 출입하는 고급 라운지였습니다. 없는 술 없이 좋은 고급 양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한 잔 두 잔 하곤, 명동으로 가곤 했습니다. 혼자 마시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좋은 친구들에게 대접도 하면서.
이렇게 나는 이강석 군 때문에 좋은 양주를, 조망이 좋은 그 옥상 라운지에서 넓은 유리창에 둘러싸여 무슨 고급한 여행자처럼 마시곤 했던 겁니다. 이 시처럼 시정에 잠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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