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들 지내십니까. 나라가 온통 IMF의 금융 시대로 들어가고,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들끊는 보기 흉한 나라의 꼴, 이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치욕스럽고, 분통스럽고, 생존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불유쾌한 기분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는 그저 입원중이고.
실로 이 나라는 정치하는 국회의원들, 지방의원들, 그리고 돈 만지는 경제인들의 나라이지, 어디 지식인, 문화인, 예술인들의 나라라고 하겠습니까. 실로정신 문화를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정치하는 사람, 경제하는 사람들이 온 나라를 제멋대로 독점하고 있는 그들의 세상이옵니다.
참으로 슬프고 슬프고 슬픈 나라이옵니다.
어제 십육일에는 우리 예술원의 제 구십 구회 임시 총회가 있었습니다. 현재 재적 회원은 백 명 중의 일흔여덟 명, 어제 출석 회원이 쉰여덟 명, 만장 일치로 회장을 유임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교육 기관에서나, 사회단체에서나 이러한 장(長) 자리에 그리 관심도 욕심도 없었지만, 그래서 이번에도 이 년 임기로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한 번 더 해 달라고 해서 나의 건강도 아직 있고 해서 회장 자리를 받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작품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작품 이상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창작하는 사람에겐 창작하는 그 행위 이외의 기쁨이나 보람도 없는 것으로 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기쁨.
그것으로 이렇게 우울한 한국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대학에서 학장 ․ 대학원 원장 ․ 부총장 ․ 이사장 ․ 등을 역임했고, 문단에서도 시인협회 회장 ․ 문인협회 이사장 ․ 세계 시인대회 회장 등을 역임했지만, 지금 회장으로 있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처럼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는 자리는 없습니다.
그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는 그 마음으로 앞으로 이 년 간의 의무를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또. 안녕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