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40호 예순일곱번째 서신👁️ 조회수: 4,958 views

일전에 보내 드린 편지에선 독일에서 날아들은 사연을 읽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독일에서 온 편지를 읽으면서 하도 뜻밖의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시를 하나 썼습니다.

안면 모르는 당신에게서 날아들은
이 편지를 읽으며
왜, 나는 이렇게도 눈물이 흘러 나오나요

먼 그곳, 독일 어느 도시에서
뜻밖에도 날아들은 이 편지
어찌 그 먼 곳까지
내 시가 날아갔던가

옛 시집 『낮은 목소리』 속에 숨어 있던
시 한 구절 「잊게 하옵소서」가
당신 눈에 띄어그렇게도 큰 떨림으로
당신 뜨거운 가슴에 깊이
자리 잡았단 말인가

실로 시는 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영혼의 떨림
그 영혼의 흔들림이던가

시는 무한공간을 정처 없이 보이지 않게
날아다니다가, 떠돌아다니다가
빈 아린 가슴에 길이 스며들어
한동안 빈 아린 가슴과 동거하며
화끈화끈 떨게 하곤
다시 떠나는 영혼의 입김

아, 이 아침
생판 모르는 먼 사람에게서 날아온
편지를 읽으며
나의 눈물은 말이 없다

뜨겁게.

오래간만에 이런 시를 얻었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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