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도 지나가고 입추(立秋), 말복(末伏)이 지나가더니, 제법 가을 문턱에 들어선 것 같은 계절의 냄새가 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아침에 귀뚜라미 소리도 제법 늘어가면서.
때마침 윤재천(尹在天) 교수가 꾸준히 계속적으로 내고 있는 『수필문학』가을호에 시와 그림을 달라고 해서 좀 이른 감이 들지만, 다음돠 같은 가을의 시를 하나 썼습니다.
가을은 하늘
한도 없이 끝도 없이 우주로
우주로 피어오르는 먼 하늘
하늘은 가벼워지며 지구는 무겁다
들과 숲은 노랗게 붉게 노붉게
물들어 가며 검어 가며
봄, 여름, 부지런히 솟아오르던 생명은
사랑으로 짝지어 열매로 굳어 가며
천지의 정열은 식어 가고
땅은 차가워 간다
온 세상이 이렇게 고요하다
고스(高僧)의 침묵처럼
「가을, 1996년」
이제 작품이 좀 나올는지.
지금까지는 너무나 더워서 작품들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이 더욱 무거워서 아무리 인생은 인애요, 참음이요, 견딤이요, 기다림이요, 하면서도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노년기의 삶이옵니다.
이럴 때 훌쩍 여행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교통 등등을 생각하면 그저 주저앉게 됩니다.
무언가 늙어 가는 지혜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지만, 실로 늙어 죽는다는 것은, 어렵고 어려운 인간의 작업이옵니다.
어머님이 하신 것처럼 할 수밖에.
그럼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