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총독부 첨탑의 최후
나는 지금 살아오면서 이렇게 큰 감동을 받아 본 일이 없었습니다.
조선 총독부의 대가리가 잘려 나가서 땅에 떨어지는 그 광경 말입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보던 그 장중한 조선 총독부의 건물, 그 꼭대기에 솟아 있는 첨탑, 그것이 내 나이 일흔다섯 살의 오늘, 8.15 해방, 광복 50주년에 드디어 그 역사의 심판을 받아 목이 잘려서 땅에 떨어져 나간다니, 예전에 어찌 이러한 광경을 상상했겠습니까. 실로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역시 나라의 독립은 이러해야 하고, 민족의 영광은 이러해야 하고, 조국의 명예는 이러해야 하는 거라고, 그 잘려져 나가는 광경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가득히 바라보면서 느끼고, 생각을 하고, 감동을 했습니다. 하면서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썼습니다.
조선 총독부 첨탑의 최후
조선 총독부의 대가리
그 상투가 쌍둥
잘려져 나간다
하늘에 둥둥 매달려 떠 있다가
지상으로 끌려 내려져 온다
마침내 전투에서, 적장의 목이
잘려져 피를 뿌리며
땅에 툭, 떨어지듯이
아, 이 감격,
이제 완전히 일본은
이 땅, 대한민국, 조선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 가는 것이다
민족의 함성 속에서
겨레의 원한 속에서
그렇지만, 겨레여
머릿속에 남은 일본은 어찌하랴
언제 말짱히 가시려나. (1995년 8월 15일 아침 10시)
이 시로서도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그 감동, 감격, 경이, 이것이 민족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럼 또, 몸조심하시길, 이 말복 무렵에. (1995. 8.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