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鐘)속에 몸을 던진 어린 신라의 공주(公主)에게
존 블라이트 (오스트레일리아)
부모들 무릎 위로 기어오르는 아이들처럼,
산등성 가득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우뚝 선 그들의 키로,
언덕은 더욱 높아 보인다.
그들이 높이 자라날수록
부모들은 더욱 자랑스러워진다.
「얘들이 우리 애들이에요」그들은 말한다.
「얘들이 자라 그 그늘 밑에서 우리가 편히 쉴 때까지,
우리는 얘들을 보호해 줄 거예요.
고승을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치는 저 거대한 종의 쇠를,
따뜻한 심장의 피로 녹였던 어린 공주의 고요함과 평화를,
얘들은 부처님의 사원으로부터 우리에게 전해 줄 거예요」
경주 시민들은,
그 위대한 종소리를 듣는다.
신라의 공주가
기꺼이 깨워 놓은 그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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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Young Silla Princess Whose
Live Body Was Immured In The
Molten Bronze of The Great Bell
John Blight (Australia)
The trees are climbing all over the mountains
like children climbing their parents’ knees. They
stand on the shoulders of the hills, making
the hills look higher. The taller they grow
the prouder their parents become. ‘These are
our children’, they say. ‘We shall protect
them until we may rest in their shad. They
shall hand us down from the high Temple of
Buddha the calm and peace of the little
princess whose heart’s blood softens the metal
of the great bronze bell which tolls for the wise
priest at the fourth hour of each morning.’ The
people in Kyungju hear of that great gong
that the Silla princess wakes not in sorrow. ——————————————————————–
(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에서는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꺼지지 않는 등불』(1980, 갑인출판사)에 실린 44명의 외국 시인들이 한국을 노래한 시들을 매주 한편씩 보내드립니다. 조병화 시인은 1979년 7월에 열린 제4차 세계시인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하고 대회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이 대회에 참석했던 세계 시인들의 눈에 비친 당시의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2014년, 대한민국이 청마의 기운처럼 세계로 더욱 뻗어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도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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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등불(Lamp Light Ever Burning)-세계 시인들이 본 한국』
-책 머리에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한다. 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태어난 내 고향을 가장 사랑한다. 그리고 이웃을 만나게 하고 친구들을 사귀게 한 이 강산과 그 계절, 우리들의 마음씨와 그러한 풍물을, 또 우리의 역사 속에 있는 그 모든 것을 더없이 아끼고 사랑한다.
이러한 나의 사랑은 詩에로 옮겨갔고 드디어 내 정신의 모두는 여기에 바쳐졌다. 이와 같은 나의 사랑의 대상을 나는 감성이 예민한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세계의 숱한 시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지난해 세계의 시인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를 제의하게 되었고, 지난해 7월엔 내 소원을 풀기에 이르렀다.
제 4차 세계시인대회, 서울과 경주와 수원 등지에서 가졌던 오붓한 모임, 이런 자리에서 비단 당장엔 큰 과일을 따지 못한다 해도, 나는 애초 내가 바랐던 소망만은 이루게 되었다고 장담하고 싶었다.
비록 그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틀리며 모습마저 모두 다를지언정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오랜 우리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은, 또 그것에 대한 가슴은 한결같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러한 탄성은 우리의 것이었건만 속 깊은 데 감추어져 있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발견으로, 이들 세계의 시인들이 각자 그네들의 나라로 돌아가 그동안 보고 느낀 바를, 그 경이로움을 그들의 말로 적어 더러 신문과 잡지에 발표하고 보내어와 한 다발로 묶게 된 것이다.
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제1부는 한국인의 가슴을, 제2부는 그 정신을, 제3부는 환경과 조건을, 그래서 우리 스스로와 또 우리를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한다.
끝으로, 이 책을 엮는데 더없이 힘을 쏟은 한국국제문화협회와 갑인출판사에 삼가 감사의 뜻을 보낸다.
1980년 한글날 아침에
조병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