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치열했던 전투가 서서히
끝날 무렵 같은
먼 하늘
어디선지 들려 오는
귀뚜라미의 나팔 소리
불볕 화염의 종식을 고하고
긴 정적의 시작을 알리는
미세한 벌레들의 중재의 나팔 소리
무더위 인간 세상에
9월 휴전, 그 탁상이 마련된다.
이제 만물들은 제각기
제 길을 찾아 돌아들 간다.
이러한 즉흥시 「9월」이 하나 튀어나온다. 이번 여름은 참으로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불볕이라는 말 그대로 혹심한 무더위였다. 만물이 제 자리에 그냥 그대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웁고 더웠던 여름이었다. 그 무덥던 불볕의 여름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 기세,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온이 감돌고, 밤이면 여기저기서 귀뚜라미들이 울어 댄다.
마침내 긴 전투가 끝나 가는 기분이다. 사실 여름은 전투의 계절이 아닌가.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 모기, 벌레, 냄새, 땀, 습기, 자기를 잃고 뒹구는 계절이 아닌가. 피서지라는 곳을 찾아갔다 해도 사람, 사람, 오물, 오물, 사람이 사람으로 인하여 더워지는 또 하나의 전투장 같은 곳이다.
이제 지상의 온갖 만물들이 무더운 전투에서 시달리다가 이제 그곳에서 풀려 나와 자기 자리를 다시 찾아서 각기 자기 길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침내 전투로 인해서 정신없이 헤매다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와 자기를 찾아가듯이.
인간은 이렇게 언제나, 어디서나, 자기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와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행동과 반성, 반성과 행동, 이러한 것을 반복하면서 자기 자신을 든든히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자기를 잃고 산다는 것처럼 무서운 불안이 다시 있으랴.
– 「자기로 돌아가는 계절」부분,『고독과 사색의 창가에서』, 자유문학사, 1986 pp 153 ~ 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