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302호 해변👁️ 조회수: 6,636 views

해변

바다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다시 그리워
다시 오다간 다시 갑디다

해 진 해안선에 등대만이
말 모르는 신호를 반복하지만
먼 바다 소식을 받아주는 사람 없어

바다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니다

□ 전시개막: 2013.5.4(토) 12시
□ 전시기간: 2013.5.4(토)~2013.5.31(금)
□ 장소 : 조병화문학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337)

‘바다 ―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니다’
이 말은 실상은 나 스스로의 작은 인생 태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인생에 왔다가 인생에서 찾아볼 것 찾아보질 못한 채,
만나볼 것 만나보질 못한 채, 하고 싶은 것 해보질 못한 채,
그저 허전하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무언지 모르게 그리운 것이 있어
다시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하다간 돌아가 버린다는
허전한 마음을 기록한 것이다.
저녁이 어둑 어둑 밤으로 연결될 때
먼 등댓불은 도달하지 못한 생명의 낭만처럼 깜박깜박하고,
내 주변은 몽탕 어두운 빈 공간, 이러한 시 구절이 생각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이 이것을 가져가고
하루의 생명은 잠이 이것을 가져간다.

G. M. 홈킨스의 시 구절로 생각된다.
인생은 그저 막연한 어두운 공간.
나는 황해 바다와 같이 밀려 왔다간 밀려가는 쓸쓸한 표식.
이러한 기분이었다.

-『고백-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오상, 1999, pp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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