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그 청춘을 엮어라
누구보다 땀 많이 간직한 생명
누구보다 피 많이 간직한 생명
누구보다 눈물 많이 간직한 생명
청춘은 푸른 바다라 하더라
청춘은 푸른 산이라 하더라
청춘은 푸른 하늘이라 하더라
해는 항시 가슴에서 솟아오르고
즐거운 젊은 날
흘러내리는 날이 우릴 키운다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그 청춘을 엮어라
56. 10. 5. 정음사,『젊은 학도에게 주노라』서시
이 작품도 제16시집 『가숙의 램프』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는 1954~1955년경 정음사에서 출판한 『젊은 학도에게 주노라』라는 책의 서시로 정음사 사장 최영해 씨의 청탁을 받고 쓴 시입니다.
서울 수복 후, 방황하는 젊은 학도들에게 주는 글을 일선 중고등학교 교장, 교감에게서 원고를 얻어 책으로 꾸민 것인데, 이곳에 서시를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
이렇게 해서 쓰였던 시였지만, 좀 교훈적이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이 시집에 수록하기로 했던 겁니다. 요컨대 자기 인생을 갖고, 자기 역사를 갖고, 자기 꿈을 갖고, 자기를 살아라 하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꿈을 살고, 꿈대로 자기 인생을 살고, 그것으로 엮어지는 자기 역사를 살고, 그 엮은 역사의 자기 존재의 기(旗)를 세우라는 것입니다.
인생의 자기 존재의 영토를 살라고 하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흔적이 있는 인생을 살라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역사가 남는 인생을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뚜렷한 그 자기 존재를 명확하게, 명료하게, 살라는 뜻이었습니다.
(…)
인생이 허무 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실로 자기 흔적, 자기 존재, 자기 역사를 남긴 사람은, 그것으로 충만한 허무를 산 사람이고, 그렇지 않고 아무것도 흔적이 없는 사람은 공허한 허무를 산 사람이 아니겠어요.
이러한 충만한 허무를 살기 위해서 나는 부지런히 작품을 써 온 것입니다.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156-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