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묶는다는 것이옵고
소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상실한다는 것이옵고
풍만하다는 것은 스스로를 빈곤케 한다는 것이옵고
잃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갖는다는 것이옵니다
69.
이 ‘보이옵는’ 세상, 거리를 갖는 다는 것은
그리움을 갖는 다는 것이옵고
이 ‘보이옵는’ 세상, 그리움을 갖는다는 것은
목숨을 갖는다는 것이옵니다
70.
잊게 하옵소서
상실케 하옵소서
버리게 하옵소서
가깝게 하옵소서.
시집 『낮은 목소리로』에서
이 시집 『낮은 목소리로』에 나오는 시들은 모두 나의 관념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직접, 혹은 간접적인 나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피와 땀, 나의 눈물이라는 생존의 체액이 빚어 낸 응고체(凝固體)입니다.
…(중략)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 생존하고 있는 한 체액이 마르기 전까지는 이 나의 체액의 언어들이 계속되겠지만, 아무리 끄집어내도 고독이라는 순수 액체를 다는 퍼내지 못하겠지요.
여러 곳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이 순수 고독과 순수 허무를 동시에 살아왔습니다.
순수 고독이라는 것은 인간이 숙명적으로 지니고 나온 고독이며, 순수 허무는 인간이 누구나 죽는 그 허무를 말하는 겁니다.
나는 이 순수 고독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충만한 순수 허무를 위해서, 때문에 죽음에 이르러서도 그리 후회없는 그 고독을 충분히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아, 아름다운 고독, 순수한 이 희열, 철처하게 이 고독을 사는 것이 나의 인생입니다.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127-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