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8호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조회수: 7,171 views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조병화

씨를 뿌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는 사람이어라

나무를 심는 사람은
지구에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고,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아, 그것은
스스로로는 다 걷을 수 없는 꿈을 심는 일이어라
스스로는 다 볼 수 없는 세월을 심는 일이어라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1998. 6. 26)

제48시집 『기다림은 아련히』에서
위의 시에서 시인은 ‘사랑’을 생명과 꿈에 연결시키고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의 대상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이며, 동시에 꿈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파우스트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사랑의 힘은 고독한 단독자로서 인간 존재가 꿈을 향하여 나아가게 하는 ‘생기’요, ‘위안’인 것이다.
이처럼 조병화시인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시적 테마들은 인간 탐구와 실존적 삶을 향해 열려 있다. 말하자면 인간은 순수허무의 존재로서 자아완성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고독한 단독자이다. 이 고독한 단독자에게 사랑은 힘과 위안을 주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다.

김삼주, , pp. 135-136, 우리글,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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