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1호 멀지 않아 추석이 되려니👁️ 조회수: 7,568 views

멀지 않아 추석이 되려니

조병화

땅의 열기가 하나, 하나,
하늘로, 하늘로, 솟아 오르며
하늘에 가까운 가지 끝에 대롱거리는
열매들에 이르러
빨갛게 식어간다

모진 태풍이 수차례 쓸어가며,
폭풍우가 폭동을 치다 지나가며,
대지의 뿌리들을 뽑아
땅을 어지럽게 뒤집어 놓은
지난 여름의 미친 열기

이제 그 열기들이 하나, 하나,
하늘로, 하늘로, 솟아 오르며
태풍을 이겨내고
폭풍우를 견디어 낸
가지, 가지, 끝에
하늘 가까이 대롱거리는 열매들에 이르러
빨갛게 식어 간다

깊은 이 정적
사랑하는 사람아, 이젠 만나도 좋으려나
열기 가신 이 계절, 이 대지

머지 않아 추석이 되면
밝은 그 달이 떠오르려니

혼자서, 혼자서.

(1987. 9. 30)
추석이 머지않았습니다. 늘 건강하게, 보람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또.
(1995.8.25)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둥지, p.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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