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58호 사람은 누구나 (2010년 8월 17일)👁️ 조회수: 7,713 views

사람은 누구나

조병화

사람은 누구나 동행을 하면서
작별을 산다.
눈보라치는 허허 벌판을
혹은
장미의 들을
사람은 누구나 동행을 하며
작별을 산다.

서로의 인간의 깊일 모르면서
서로의 이웃의 자릴 모르면서
서로의 생각의 거릴 모르면서
작별의 시간, 그 장소
그 영원을 다는 모르면서

사람은 누구나 동행 속에서
작별을 산다.
뜨거운 동침 속에서
작별을 동침한다.

사랑의 높이
믿음의 높이
소망의 높이
그 성의의 높일
높여 가며

목숨 떨어지면 그뿐
뜨거이
사람은 누구나 동행을 하면서
작별을 산다.

비바람 치는
멍멍 벌판을
혹은
빛의 들을
사람은 누구나 동행 속에서
작별을 산다.

조병화,『오산인터체인지』

(전략)
1970년대에 조병화가 확립하는 삶에 대한 철학적 태도는 이 시대의 그의 시편들을 한결같이 관류한다. 삶과 죽음이 결국은 하나라는 인식은, 일상적인 삶의 수준에서는 만남과 헤어짐의 문제를 중심으로 형상화된다. “동행 속에서 / 작별을 산다”는 시행은 동행과 작별이 결국은 동일한 세계라는 시적인식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지상의 삶을 함께 영위하다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 소위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원칙이 이 시에서는 파괴된다. 표면적으로는 대수롭지 않는 내적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제18시집의 표제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이 무렵 그가 보여주는 동행과 작별이 같다는 인식은 가는 것과 오는 것, 과거와 미래가 서로 섞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라는 말이 그렇지 않은가. 인터체인지는 가는 것과 오는 것이 서로 섞여 하나가 되는 삶의 공간이다.

이승훈,「동반과 작별의 시학」, p.175. in 조병화,『오산인터체인지』, 학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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