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54호 한은광장 (2010년 7월 20일)👁️ 조회수: 7,703 views

한은광장

조병화

유한마담의 무료한 침대처럼
시간은 늘어졌다
애드벌룬은 졸려도 하루의 품팔이
하늘에 뜨고

입맛이 없는 서머타임 오후의 시간에
미스 분수(噴水)는 잠옷을 입은 채 샤워를 한다

서울 남대문→한은→중앙우체국→미도파

빠지는 아스팔트 늘어진 길목에

나는 돈 떨어진 외출병처럼 서서
미스 분수의 사교적인 잔웃음에 방심을 한다

왕십리 돈암동 합승택시 낮은 지붕 밑에
땀 많은 여인과
시간이 없는 늙은 운전사

돈과 제한된 시간에 끼어
나는 돈 떨어진 외출병처럼
서울 한 복판
한은광장 늘어진 길목에 섰다.

조병화,『서울』

한국은행, 동화백화점, 중앙우체국…들에 둘러싸인,
분수가 솟아오르는 로터리 한은광장을 그려본 것이다.
돈 떨어진 외출병처럼 길목에 서서.
그림과 같은 생활 엘레지를 그려본 셈이다.

조병화,『고백』, 오상,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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