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성채
조병화
어느 때부터인가
이곳 바람을 감지하고부턴
나는 웃음으로 나를 숨기는
지혜를 기르며 나를 살아온다
사람을 마주보는 것이 무서워
바로 쳐다보는 것이 멋쩍어
맹송맹송 바라다보는 것이 미안해
그냥 보는 것이 수줍어
선뜻 얼굴 맞대는 것이 쑥스러워
이렇게 본의 아니게 사는 것이
부끄러워
사람을 대할 때마다 깊숙이
나를 감추며, 숨기며
보이지 않게 나타나지 않게
투명한 웃음으로 나를 지켜 살아온다
때문에 오해로 번진 나의 생애
보이지 않는 나의 생존
남은 사진마다 웃음에 가려진 얼굴들이 아닌가
이곳 바람은 너무 어려워
웃음을 방패로 멀리 사는 나의 지혜
한여름 잠자리처럼
순결한 고독처럼
조병화, 『외로운 혼자들』
나는 늘 내면은 우울하고, 고독했지만, 사람들이 보는 외면에서는 늘 웃음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남까지 우울하게 할 필요가 없어서. 이렇게 나를 속으로 감추고, 항상 명랑하게 외부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자연 오해가 많았던 겁니다.
나 같은 우울하고 고독한 자에게 낙천주의자이니, 유복한 자이니, 천하 근심이 없는 자이니, 실로 엉뚱한 오해 가운데서 그 오해를 살아야 했던 겁니다.
내면 생활의 어둠, 그것을 완전히 이겨가면서 명랑한 외부 생활을 해 왔던 거지요.
투명한 유리성 안에 보이지 않게 나를 유폐시켜 놓고.
조병화,『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 2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