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
조병화
하늘에 살고 싶어라
바람에
떠 있고 싶어라
날개에, 날개에
떠 있고 싶어라
바람이 쓸어 가는
하늘
인간보다 쓸쓸히
보이지 않는 곳에
눈물보다 쓸쓸히
차가이, 하늘 깊은 곳에
외로움보다 쓸쓸히
바람에 쓸려
바람에 쓸려
날개처럼
떠 있고 싶어라.
조병화, 『공존의 이유』
이 무렵 나는 음악을 전공한 참다운 크리스천인 L이라는 여인에게서 성서(聖書)를 받고 한 겨울 방학을 충청도 수암보 온천에 파묻혀 통독한 일이 있었습니다. 붉은 연필로 줄을 치면서, 이 붉은 줄을 친 대목은 그 다음에 출간한 시집 『쓸개포도의 비감(悲感)』으로 나타나지만.
이 바이블을 통독하고 나는 청주로 나왔습니다. 청주로 나오는 길에 큰 고개가 있었습니다. 이 고개를 넘을 때 깊은 계곡으로 한 마리의 솔개가 날고 있었습니다. 유유히, 아주 자유롭게, 멋있게, 찬바람을 타고.
그 유유히, 자유롭게 혼자서 멋있게, 찬바람 속을 날고 있는 솔개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면, 하는 선망의 정이 가슴 속에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선망의 정을 그대로, 그 때의 나의 처지로 엮어 낸 것이 이런 시로 나타났습니다. 나는 이렇게 고독을 앓고 있었습니다. 고독은 나의 숙명인 줄 알면서도 순수한 욕망으로 하늘을 살고 싶었던 겁니다.
언젠가 술집에서 만난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동양학자, 교수인 Dr. Vos가 수안보 온천이 좋더란 말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러한 산속으로 피신을 했던 겁니다. 실연의 아픔을.
조병화,『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 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