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22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222 views

제39신 이승은 타향, 저승은 고향

며칠 전에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돌아가는 길에서

이따금, 인편에 전해 듣는 그곳 고향 소식,
저승의 소식은
아직 신이 계신다고 하기도 하고
이젠 신이 계시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하기도 하고
신을 잊은
뿌연 어둠만 계속되어 있다고 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를 심부름 보내신 어머니께서는 그곳에서
지금 나를 기다리시고 계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이 험한 이승의 길을 헤치며,
피하며,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서
더러는 심부름을 잊기도 했지만.

나는 저승에 어머님이 계시고, 그곳이 나의 고향이고, 이곳 이승은 타향이고,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타향에 와서 어머님이 주신 심부름을 다는 못 하고 실로 돌아가야 할 약속 시간이 되어서 지금 이렇게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나와서 이 타향에서 구경도 많이 하고, 놀기도 많이 놀고, 나대로 놀고, 후회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어머님의 심부름, 타향에서 많은 것을 성취하고 후회 없이 돌아와라 하신 것 더러는 잊었지만 그런 대로 성취해서 돌아가는 기분, 참으로 홀가분합니다.
신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이지만, 저 세상에 어머님이 계시다는 나의 생각은 일관해서 변동이 없습니다.
니체 같은 사람이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은 니체의 생각이고, 일반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신이 있다고 믿는 것은 행복한 철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허무한 세상에서 나의 이야기만 했습니다. 이곳에도 장마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안녕하시길. (1994.6.28.)

Translate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