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186호 (『나 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회수: 134 views

제3신 순수 고독과 순수 허무

벌써 정월도 휙 6일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늘은 KBS 2TV, 채널 7번에서 매주 일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만나고 싶었습니다>의 대담자 김동건(金東建) 아나운서와 대담 녹화하였습니다.
내용은 나의 문학 세계.
나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대답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순수 고독’과 ‘순수 허무’를 살아왔습니다. 순수 고독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지니고 있는 생명의 숙명적인 영혼이며, 순수 허무는 인간은 누구나 죽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그 육적인 종말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서른여덟 권의 창작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시집을 낸 것은 그만큼 나의 내면 세계에 방황과 갈등과 꿈과 그리움과 욕망과 좌절과 고독한 혼이 강하게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문학을 해온 것이 아니라, 나를 살아왔습니다. 그 혼자를 살아온 존재(存在)의 단독자(草獨者)를 써온 것이옵니다. 그 내면(內面)의 무수한 변화의 세계를 기록해 온 것이옵니다.
그것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의 증거였고, 증언이었고, 내 존재(存在)의 확인(確認)이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나를 살아왔습니다. 나의 시대의 역사적인 암흑 속에서, 나의 생존의 숙명적인 암흑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를 나에게 의지하면서, 그 순수 허무에 매달리면서, 그 순수 허무에 위안을 받으면서 맑은 물처럼 세월을 흘러내려 왔습니다.
이렇게 대담을 해오면서, 머리 한구석,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세월(歲月)의 하류(下流)에서 늦게 만난 사랑스러운 당신의 까만 눈동자를. (19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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