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75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조회수: 3,910 views

최영해崔暎海씨와 그 주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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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번역을 한 일이 있었다. 뜻하지 않게, 실로 뜻하지 않게 일본어 번역물을 우리 한국어로 중역을 해서 정음사에서 출판을 한 일, 바로 그것이다.
하나는 C. 데이 루이스의 󰡔A Hope for Poetry󰡕이고, 또 하나도 역시 C. 데이 루이스의 󰡔The Poetic Image󰡕이었다. 위 두 책이 일본에서 후까세라는 교수 번역으로 출판이 된 것들이다. 내가 이것들을 정음사 최영해씨의 부탁으로 번역 출판하기 전에 이미 장만영 시인이 같은 저자 C. 데이 루이스의 󰡔Poetry for you」를 󰡔현대시입문」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판을 하고 있었다.
1956년 경인가, 나는 1955년 가을 학기부터 중앙대학교 문리과대학 학장 백철(白鐵) 선배의 부탁을 받아 ‘현대시론’이라는 강좌를 가지고 출강을 하고 있을 때인데, 최영해씨가 나를 만나자마자 “여보, 이거 급히 번역해주오.” 하고 내놓은 책이 일본어 번역 󰡔현대시론(A Hope for Poetry)󰡕이었다. 일본 후까세 교수는 자기 번역책 이름을 이렇게 󰡔현대시론󰡕이라고 개명을 했다. 마침 강의교재가 없는 터이라 영국 현대시에 관한 현대시 전반적인 것을 다룬 내용이었지만 교재에 알맞은 곳도 있고, 나도 공부를 할 겸 손을 대기 시작을 했다. 하루에 많이 번역해야 200자 원고용지 40매 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재촉하는 바람을 타고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번역을 완료했다.
시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일본어 번역에서 중역을 했다는 것을 밝혀서 출판을 했다. 나에겐 참으로 많은 공부가 된 책이었다.
라이카라는 카메라를 갖게 되었다. 번역료 대신으로 선사받은 것이다. 참으로 기뻤었다. 나에게도 라이카라는 카메라가 생기다니 하는 생각에 술집에도, 어디에도, 가지고 다니며 기록될만한 것들을 찍곤 했다.
그렇게 한동안 가지고 다니던 라이카를 술집에서 잃어버렸다. 내가 술에 몹시 취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하여간에 그 좋은 카메라가 내 손에서 떠나버리고 말았다. 심히 서운한 생각으로 그 이야길 최영해씨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그저 그 좋은 카메라를……”
그 후 몇 달이 지나서 다시 한 책을 나에게 보이면서 “이것 또 속히 번역하시오.” 했다. 역시 일본 후까세 교수가 번역한 시적 이미지 (The Poetic Image)였다. 이 책의 내용은 현대시에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기법으로서의 이미지 전반에 관해서 서술한 C. 데이 루이스의 시적 경험이었다. 그것도 번역을 하면서 얻는 점이 많았다.
전번의 번역 경험을 살려서 단시일 내에 번역을 완료했다. 그러자 또 라이카가 하나 생겼다. 전번 것은 즈미크론, 이번 것은 그것보다 더 신식인 즈마리테였다. 그 시절엔 라이카가 최고급품의 카메라로서 유행을 했다. 기분이 회복되었다. 그 카메라는 지금도 잃지 않고, 내 곁에 있으면서 최영해씨를 회상시켜주며, 즐겁게 명동을 살던 그 시절을 간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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