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본상 │ 문충성 (시) 시집 『허물어버린 집』 1938년 제주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졸업 동대학원 (문학박사). 1977년 계간『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현재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ㆍ시 집: 『제주바다』(1978), 『내 손금에서 자라나는 무지개』(1986), 『바닷가에서 보낸 한 철』(1997), 『허공』(2001), 『백 년 동안 내리는 눈』(2007),『허물어버린 집』(2011) 외. ㆍ연구서:『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와 한국의 현대시』(2000) 『보들레르를 찾아서』(2003) 외. ㆍ수 상: 제주도 문화상(예술부문) 외 심사평 중진에서 원로급이 주요 대상이 된다는 게 편운문학상의 한 특징이라 할 만한데, 본심에 오른 중진, 원로들의 시집 7권은 새천년 들어 10년 동안에도 우리 시가 수준과 다양함에서 쌓아올린 양이 만만치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고단한 현실의 비애를 경험하면서, 역사나 신화의 세계를 탐색하거나 표변하는 일상의 층을 탐사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값진 가치를 재현하고 있다. 문충성의 『허물어버린 집』은 그 중에서도 지나온 시간으로부터 오늘에 내재된 욕망의 잔재를 씻어내는 질료를 부단히 찾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시인은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제주도의 오랜 역사와 오늘의 각박한 삶을 연계해 개인의 진실이 설 자리를 질문함으로써 지역적 특수성을 그 자체의 문화적 가치로 각인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동시대적 문제로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이 시집에서도 적절한 제주 방언 구사로 시인은 오늘의 삶에 면면한 시간의 경험과 그것이 깨우쳐주는 교훈을 간결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흐르는 시간에 몸과 마음을 방임하고 있지만 그만큼 원숙해지면서도 여전한 언어 감각으로 흘러간 시간을 성찰한다. 허물어버린 집이 요즘 / 꿈속에 나타나온다 / 할머니 어머니가 사셨다 / 돌아가시고 나서 / 허물어버리면 안 될 집을 허물어버렸다 [중략] 시간이 사라져 없는 풍경 속으로 / 오늘도 들어가 풍경을 바라보다가 나도 / 풍경이 된다 어느새 —「허물어버린 집」부문 허물어버려서는 안 될 것까지 허물어버리고 살아왔다는 쓰린 자각과 그 자각마저 사라지는 시간의 풍경에 맡기고 있는 비움의 자세가 ‘환한’ 시 세계를 열고 있다. 심사위원 │김명인, 장경렬, 박덕규(글) ■ 본상 │ 오생근 (평론) 평론집 『위기와 희망』 194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문학과 졸업 / 프랑스 파리 10대학 불문학 박사.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ㆍ평론집:『삶을 위한 비평』(1979),『현실의 논리와 비평』(1995),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2000), 『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2003),『위기와 희망』(2011) 외. ㆍ연구서:『프랑스어 문학과 현대성의 인식』(2007),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2010) 외. ㆍ역 서: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감옥의 역사』(2003). ㆍ수 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학술원상 외. 심사평 객관적 분석과 심미적 평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한다는 점에서, 문학 평론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문학 평론 가운데 특히 쉽지 않은 것이 시 평론인데, 조병화 시인의 말대로 시란 “짙은 안개”와도 같은 것이고 시를 평론하는 일은 이 “짙은 안개” 속을 거니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탁월한 시 평론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연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예심을 거쳐 이번 편운문학상 평론 부분 수상 후보작으로 올라온 네 권의 평론집은 모두 즐거운 예외에 속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시에 대한 명증한 분석과 예리한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를 나름대로 보여주는 흔치 않은 역작들이라는 점에서 그러했다. 사정이 그러했기에,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평론집의 장점을 다각도로 짚어보는 오랜 시간의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오생근 씨의 『위기와 희망』을 수상작으로 올리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위기와 희망』을 통해 오생근 씨가 모색하고 있는 것은 “문학의 위기를 위엄 있게 극복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그는 “몸은 쇠약했어도 정신은 더욱 투명해진 문학이 꼿꼿한 자세로 자기의 설 자리와 갈 길을 의식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에서 “오래된 희망이자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한다. 이처럼 ‘위기’와 ‘희망’의 구도에서 오늘날의 한국 문학을 점검하고 있는 오생근 씨의 이번 평론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특히 주목했던 것은 최근의 한국 시단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시도한 시론들이 수록되어 있는 제1부 및 최근 시단에서 주목받는 시인들의 작품 활동에 대한 개별적 분석과 평가가 수록되어 있는 제2부였다. 오생근 씨의 시론에서 모든 심사위원들이 무엇보다도 먼저 확인한 덕목은 오늘날의 한국 시단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담긴 탁월한 균형 감각이었다. 이어서 정치하고 세련된 분석과 설득력 있는 평가 사이의 조화로운 결합 역시 심사위원들이 확인한 또 하나의 덕목이었다. 아울러, 그가 구사하고 있는 평론의 언어가 난삽하지 않으면서도 예리하고, 예리하면서도 유연하다는 점 역시 그의 시론이 갖는 덕목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함께했다. 제22회 편운문학상 평론 부분을 수상하게 된 오생근 씨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문학인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탁월한 평론 작업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김명인, 장경렬(글), 박덕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