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94호 시가 지나갈 듯한 곳에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6-02 11:27
조회수: 3521
 
시가 지나갈 듯한 곳에

                                                             조병화



                     시가 지나갈 듣한 곳에
                     투명한 이미지의 망을 쳐놓고                                          
                     아침부터 시가 지나가는 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는 좀체로 지나가질 않고
                     잡것들만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기야 잡것들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어찌 그렇게 곱고, 순결하고, 다정하고,
                     영령한 영혼의 시를 만날 수 있으리
                  
                     시가 지나가는 영혼은 생기가 있다
                     시가 걸려드는 하루는 생기가 있다
                     시가 쌓여가는 세월은 생기가 있다

                     시가 지나가지 않는 하루는
                     온 세상이 캄캄하고 지루하다
                     영혼이 죽어 있기 때문이다
                                            
                                  조병화,『찾아가야 할 길』





    어제는 『순수문학』출신 시인들의 모임인 '갈대' 동인들이 편운재로 봄 나들이를 왔습니다.
   나는 어머님 묘소를 구경시켜 주고, 편운재 일대를 구경시켜 주고, 편운회관에서 한 한 시간 나의 문학과 나의 생애에 대하여 강연을 했습니다.
   문학은 낭만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더군다나 소일거리도 아니고 허영도 아니라는 것에 역점을 두고.
   왜냐하면 요즘 유부녀들이 일종의 허영으로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로 문학은 진지한 인생이요, 진실한 인생의 탐구요, 자기 완성의 길이며, 그 종교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뇌가 없는 종교가 없듯이 문학도 방황과 탐구와 고뇌가 없이 이루어지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단순한 낭만이나, 그 유토피아의 세계가 아닙니다.
   치열한 자기 탐구요, 자기 존재의 모색이요, 자아의 형성이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그 구원의 길이옵니다.
   무엇 때문에 내가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는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출발을 해야 한다는 나의 문학관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이해할는지.
   날이 저물면 농촌은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럼 또.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둥지, pp. 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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