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95호 편운재片雲齎, 난실리 알리는 전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6-02 11:30
조회수: 3630
 
편운재片雲齎, 난실리 알리는 전화 - 편운재에서
                        

                                                             조병화



                     지금 전화를 걸고 있는 곳이
                     어디십니까?

                     그럼, 그곳에서 경부고속도로 나오시오.
                     경부고속도로를 타시고, 쑥
                     부산 쪽으로 남행하시다가
                     맨 첫 번째 인터체인지, 그 인터체인지를
                     동쪽으로 돌아, 영동고속도로를 강릉 쪽으로 달리다가
                     첫 번째 인터체인지, 용인으로 빠져
                     국도 45번을 타고 남행을 하시오.

                     도로사용비 서울에서 용인까지 120원

                     그럼 용인 시내를 거쳐
                     천리, 송전으로 오실 겁니다, 약 10킬로.

                     송전에서 동쪽으로 좌회전, 계속 국도 45번으로
                     안성, 평택 방면으로 오시면 송전 저수지가 보입니다.
                     그 길로 얕은 고개를 하나 넘어 3킬로 지점에
                     '꿈'이라는 깃발이 팔랑거리는 정거장,
                     그곳이 편운재 마을, 난실리입니다.

                     장재봉 아래 자리잡으신 어머님 묘소,
                     그 곁에 편운재
                     순조롭게 달리면 차로 서울에서 한 시간 반,
                     70킬로 거리.

                     자 그럼, 조심 조심 오십시오
                     지금 꽃들이 지천으로 만발하고 있습니다.


                                                                                                              
                                  조병화,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의 고향은 정확하게 말해서 행정적으로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난실리이다.
       한자로는 蘭室里이다. 옛날엔 난초들이 산에 산재하고 있었다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 난실리 뒷산은 장재봉(長才峯)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을 앞엔, 멀리 미리내에서 내려오는 개울이 있어서 어린 시절 그 개울에서 미역도 감고 했다. 지금도 그 물줄기가 그대로 있지만 옛날과 같은 자연미가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개울은 못 된다. 그리고 이 개울은 松田저수지(일명 이동저수지)로 내려가선, 그곳에서 경기도 평택군 진위면으로 제법 큰 개울이 되어 내려가서는 평택평야를 적시며 황해로 내려간다. 그 이름을 振威川(진위천)이라고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가면 이 진위천에 걸쳐 있는 다리, 진위교를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내 고향 난실리는 길게 동서로 열려 있는 계곡이 된다.
       이 마을 앞을 국도 45번 도로가 경기도 의정부로부터 경기도 광주로, 그리고 송전을 거쳐서 경기도 안성으로 그리고 평택, 팽성으로 나 있다.
       옛날에는 이 긴 국도가 비포장 도로였었는데 한 5년 전부터 완전히 포장이 되어 쾌적한 기분으로 왕래하게 되었다.
       나는 주말이면 이 국도 45번 도로를 이용해서 고향엘 왕래한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영동 인터체인지에서 강릉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빠져서, 한 15분쯤 달리다가 나타나는 용인 인터체인지에서 다시 국도45번 도로를 타고 빠져서 송전으로 그리고 송전에서 난실리 앞 정거장에서 내린다. 난실리 정거장엔 꿈이라는 기폭이 나부낀다. 내가 그렇게 꿈을 가지고 살자는 뜻으로 그 기를 달아 놓은 것이다. 잘 살자는 꿈을 먹고 살자고.


        
                                                 조병화, 『꿈은 너와 나에게』, 해냄출판사, pp.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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