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97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7-28 15:00
조회수: 94
 

158. 나는 때때로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다. 앞날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미리미리 걱정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공포증, 아니면 우울증 같은 거다. 강하게 보이면서 실은 어린아이처럼 약한 거다.
  실로 청년은 꿈하고의 투쟁이며, 노인은 육체와의 투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꿈하고의 투쟁, 그것은 자기 미래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다. 하기 때문에 그 투쟁은 아름다운 투쟁이며 보람 있는 투쟁이요, 삶에 대한 도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노인에게 있어서의 매일매일은 거짓말 없이 자기 육체와의 끊임없는 투쟁이라 하겠다. 쇠약해져 가는 자기 육체와의 투쟁은 그 늙어가는 병과의 투쟁이요, 구석구석 나타나는 육체와 뼈, 관절과 내장의 통증하고의 투쟁이다. 이 육체의 통증은 스스로가 알아서 잘 조절해 가는 수밖에 없는 거다. 자연사라는 것이 이 통증의 마지막이 아니겠는가.
  나는 요즘 이 통증하고 싸우며, 잘 사귀며, 조절하며, 스스로 스스로와의 대화를 하면서, 되도록 자연사까지는 잘 참으려고 강하게, 강하게, 정신 훈련을 하고 있다.
  그 훈련의 하나로 죽음에 관한 시가 늘어나고 있다. 죽음을 연습하는 거다. 그러나 그 죽음의 연습을 너무 깊이, 깊이, 해 가다간, 나도 모르게 우울증이나 공포증에 빠져들어 가곤 한다.
(『외로우며 사랑하며』, 60~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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