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39호, 소라의 초상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2-03-19 10:23
조회수: 2971
 
당신네들이나
영악하게 잘살으시지요
나야 나대로히
나의 생리에 맞는 의상을 찾았답니다.


    
  지금도 과격한 사람들이 행세를 하고 있지만, 그 땐 참으로 심했었습니다. 조선문학가동맹이니, 한국청년문필가협회(후에는 한국문인협회로 변모)이니, 뭐니, 뭐니, 참으로 많은 분파로 갈려져서 문학하는 사람들도 끼리끼리 작당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작당을 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서, 그들하곤 먼 거리에서 멀리 떨어져서, 내 스스로의 꿈의 좌절이라 할까 숙명의 아픔을 심하게 앓고 있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은 다 끼리끼리 날뛰고 있는데, 심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았던 우월감이 별안간 열등의식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 좌절의식을 이겨내는 데 이러한 소라의 자화상 같은 극단적이 소외감과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그 현실에서는 완전히 고립할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의 확인이며, 그 확실한 자각이며, 그 인식이었습니다.

  이 시를 쓰곤 가끔 기웃기웃하던 이웃하고도 완전히 담을 쌓고, 혼자서 혼자에 갇혀서 다가오는 숙명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었습니다. 실로 해방이 되고, 독립이 되었다는 조국에서 나는 이편도, 저편도, 못 되는 완전한 이방인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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