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38호, 후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2-03-12 17:03
조회수: 3258
 
후조기에 애착일랑 금물이였고
그러기에 감상(感傷)의 속성은 벌써 잊었에라
가장 태양을 사랑하고 원망함이 후조였거늘

후조는 유달리
어려서부터
날개와 눈알을 사랑하길 알았에라

높이 날음이 자랑이 아니에라
멀리 날음이 소망이 아니에라
날아야 할 날에 날아야 함이에라

달도, 별도, 온갖 꽃송이도
나를 위함이 아니에라

날이 오면 날아야 할 후조기에
마음이 구족일랑 금물이었고
고독을 날려 버린 기류(氣流)에 살라 함이에라.


    
  이 무렵, 나는 인천에 있는 현재의 제물포고등학교에서 물리 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

  교원들도 우수한 선생들이 모이고 학생들도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경성사범학교에서 은사 신기범(나의 경사 시절 영어 선생, 경도대학 영문과 출신) 선생이 학생 테러로 작고하자, 더 이상 이 학교에 있기 싫어서 망설이고 있던 중, 그 길 교장의 권유로 인천으로 내려가게 되었던 겁니다. 반 학기 지나서 그 때 놀고 있던 선우휘(鮮于煇, 경사 동기동창)의 청을 받아들여, 국어 선생으로 데려오기도 하고 한동안 재마있게 지냈습니다.

...

  학생들의 좌익투쟁도 심해서, 수업이 잘 안될 때도 많았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 슬퍼서 이러한 「후조」라는 시를 써서, ‘눈알’과 ‘날개’를 든든하게 기르는 학생 생활을 하라고 학생들에게 권유했던 겁니다. 나도 그 외로운 와중에 끼여 앞날을 위험 속에서 응시하면서.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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