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46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7 17:29
조회수: 164
 
8. 해변

        바다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디다

        아무래도
        다시 그리워
        다시 오다간 다시 갑디다

        해진 해안선에 등대만이
        말 모르는 신호를 반복하지만
        먼 바다 소식을 받아주는 사람 없어

        바다
        겨울 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치다 돌아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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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중학교 시절, 그러니까 경성사범학교 보통과 시절, 시를 읽었습니다. 문학을
한다든지, 시인이 된다든지, 하는 생각으로 시를 읽은 것이 아니라, 내가 자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 짤막한 시들을 읽었던 겁니다. 내가 성장하는 데
기운이 되고, 힘이 되고, 생기가 되고, 감격이 되고, 감동이 되고, 교양이 되는 그 말을
찾아내기 위해서 그 짧은 시를 읽었던 겁니다.
  실로 나에게 있어선 시는 곧 말이고, 그 말은 힘이었습니다.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였던 겁니다. 그 에너지는 나에게 꿈을 심어 주고, 그 꿈을 길러 주고, 그 꿈을
메마르지 않게 해 주는 물줄기였습니다. 시로써 나는 정신을 윤택하게, 그리고 생각하게
만들어 왔던 겁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하는 그 십 분씩 노는 시간도,
버스나 전차, 통학하는 길에서도, 틈만 나면 시를 읽고 외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생활에
응용해 왔습니다.

        먼 길을 가다가 해가 저물면
        등불을 켜서 간다

  이런 말을 찾아내서는, 그 말대로 다른 학생들이 자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나의 소년시절, 청소년 시절, 청년 시절은 실로 럭비와 면학, 그 눈코 뜰 사이 없는 바쁜
시절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적응, 환경 극복, 환경 승리의 힘이 실로 이러한 시에서 얻은
말의 교훈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읽었던 시집들이 그대로 머리에 남아서, 그것이
잠재력이 되어, 내가 외로울 때 그 나의 외로움을 시로서 끄집어내어 주었던 겁니다.
아무런 가식없이, 장식없이, 정직하게, 나오는 대로 시의 형식으로 써 왔던 겁니다.
  「소라」도 그랬고, 「해변」도 그랬고, 기타의 초기 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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