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61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3-07 12:43
조회수: 43
 

국도 45번
먼곳에 있는 사람에게


혹시나 내 생각이 들거던
우선 서울 코리아로 날아오시오
서울에선 영동고속도로를 타시오
타고 달리다가 용인 인테체인지에서 빠지시오
빠져선 국도 45번을 남으로 달리시오
계속 달리다가 송전에서 좌회전
넓은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보면서
얕은 고개를 하나 돌아 넘으시오
넘다 보면 긴 장승이 서 있는 마을
‘꿈’이라는 깃발이 파닥이는 시골 정거장
그곳에서 내리시오

서울에서 자동차로
용인까지 50분, 용인서 20분
이곳이 지구 위의 내 고향 난실리
어머님 묘소 쪽으로 창을 낸 편운재片雲齋
거기서 지금 내가 여생을 지내오

여름 철새가 지나다 들러서 뜨면
가을, 겨울
겨울 철새가 지나다 들러서 가면
봄, 여름
후회 없이 외로웠던 세월들
마음 한 번 주지 못한 세월들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젠 그저 그리워지는 건
헤어진 얼굴들
지금은 어디서 뭘 할까
먼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혹시나 내 생각이 나거던
대한민국 국도 45번을 타시오
타시다가 난실리에서 내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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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이 시는 나의 고향으로 가는 길을 테마로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시이지만, 실은 ‘그리움’입니다.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벗들이 그리워서, 그 그리운 벗들을 부르고 있는 시입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을 알리면서 혹시나 시간이 난다든지, 보고 싶어진다든지, 그리워진다든지, 하면 한번 찾아오라는 뜻에서 내가 있는 곳의 길을 알리는 시를 온 세계에 산재하고 있는 벗들에게 띄우는 내용의 시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 멀리 떨어져 있는 벗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벗들, 실로 떨어져 있는 것들은 모두 그리운 존재들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요,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를 읽으면 세계 어디서나, 정말 나를 찾아오려면, 이대로 찾아오면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오리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세밀한 안내를 한 것입니다.
이 길의 안내대로 찾아오면 그곳에 내가 있는 겁니다.
나는 뜻밖에 1957년도부터 P.E.N클럽이나, 세계시인대회나, 하는 문인들의 회합으로 실로 많은 세계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러한 관계로 그런대로 세계에 많이 알려지고, 친구들도 생기고, 시들도 번역이 되어 그런대로 세계를 사는 시민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내의 친구들을 포함해서, 그 범위를 널리 세계로 무대를 잡고 이러한 시를 쓴 겁니다.
참으로 일단 만났던 친구들이 그리워 옵니다.
인간은 누구나 그리움이 있는 동안은 고독하겠지요. 이러한 그리움이 주는 고독은 상대적인 고독이겠지만.
내가 주장하고 있는 인간 절대적인 고독인 순수고독이 아니랴.
인간은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그리움을 사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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