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62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3-13 12:29
조회수: 95
 

모로코의 나귀


모로코의 나귀는
눈이 나른하다
다리가 가늘다
귀가 길다

늘 허기진 모습으로
무거운 짐을 나른다
사람을 나른다
다듬다듬
가난한 주인을 나른다
물을 나른다

가난은 어디서나 쓰린 눈물
쓰린 나의 눈물에 어리어리
먼 아틀라스 산맥

하늘은 무장장 높고
끝이 보이지 않는 타는 대지
다듬다듬, 아득히
나귀의 다리는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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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이 시는 그 언젠가 내가 모로코의 옛수도에서 열렸던 세계시인대회에 참석했었을 때의 작품입니다. 이 시의 테마는 가난하게 사는 모로코 농촌에서의 불쌍하고 가련한 나귀의 운명을 ‘가난하다’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쓴 작품입니다.
일종의 ‘동정’이겠지요. 참으로 이 세상은 불공평해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부자로 사는 사람들도 많고, 가난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부자로 사는 나라들도 많고, 천차만별이 아니겠습니까?
평등하게 살 수 없는 곳이 이 이승의 세계입니다. 같은 양이나, 나귀나 노새만 해도 모로코에서 보던 양이나, 나귀나, 노새는 참으로 가난하고 가련하게 보이고, 구라파 중부나, 영국 같은 데에서 사는 양이나, 나귀나, 노새는 참으로 부자로 보이면서 모두가 풍부하고, 풍요롭고, 여유있고, 유유하게 보이곤 했습니다.
타고 날 때부터 운명이겠지요. 인간이나 동물들이 다 자기 운명대로 태어나서 자기 운명대로 살다가 자기 운명대로 죽어가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불쌍한 동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마음이 아픔니다. 더구나 노새라고 할까 나귀라고 할까, 지중해 연안, 중동지방에서 흔히 보는 일꾼으로서의 그 동물을 보면 참으로 깊은 동정이 가곤 했습니다.
큰 눈, 긴 귀, 가는 다리 작은 몸집을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인이 하라는 대로 일만하면서 가난한 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며, 부지런히 짐을 나르고, 사람들을 나르고, 짐차를 끌고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참으로 불쌍한 동물이라는 동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 시는 유발이 되었던 겁니다.
전체가 모로코처럼 나른하게.
나는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릴 때가 많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자기가 타고 나온 운명이라고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면서 체념을 하고 살아간다는 말은 아닙니다.
노력하면서 노력하면서 보다 좋은 곳으로 살려고 하면서, 그 결과에 있어서는 이것이 내 운명이니까, 하고 노력하는 그 운명, 개척해 가는 그 운명 성취해 갈려는 그 적극적인 운명을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모로코의 나귀는 모로코에 태어난 것부터가 그 모로코의 나귀의 운명인 겁니다.
그곳에서 어느 주인을 만나느냐 하는 것이 그 다음의 운명입니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노력으로 자기를 개발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인 자기 운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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