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58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2-24 16:27
조회수: 38
 

네오로맨티시즘


가을날 가랑잎이 물에 떠서
흔들리듯이
시든 들꽃이 벌판에서 바람에 쓸려
흔들리듯이
나뭇가지 끝에 남은 한 잎이 구름에 떠서
흔들리듯이
낙엽이 땅에 떨어져 이리저리로
휘몰려 가듯이
아, 가난한 목숨이 죽음에 떠서
흔들리듯이
비 내리는 이 도시의 저녁
내가 나에 떠서 흔들리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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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나는 무엇보다도 시에 있어서 리듬을 생각합니다.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외재율이건, 내재율이건 그 양쪽이건, 리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자수로 이루어지는 리듬, 언어의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리듬, 총체적으로 시로써 이루어지는 리듬, 이러한 리듬을 생각하면서 나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선 현대시는 시각적인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청각시 시대에 중요하게 여기던 리듬은 버려야 하며, 그것을 파괴해야 한다고까지 했습니다. 리듬은 청각시 시대, 그러니까 낭독시 시대의 유물이라는 겁니다. 전 현대적 유물이며 오늘날의 시는 지적(知的)인 시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시, 즉 눈으로 보는 시이기 때문에 귀로 듣는 리듬 같은 것은 소용이 없다고들 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시에도 눈으로 보는 리듬이 있는 겁니다. 좋은 시라면 소위 시각적인 리듬이 있는 겁니다. 리듬은 꼭 청각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시엔 시각적인 리듬이 번쩍 빛나는 겁니다. 그것이 시적인 리듬으로 우리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겁니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청각적인 리듬이거나, 시각적인 리듬이거나 시에선 리듬을 가장 소중한 시의 요소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 1874~1963)도 “시에 있어서 리듬이 없는 것은 테니스 경기에 있어서 네트가 없는 거와 같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 것을 나는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히 시를 잘 모르는 엉터리 모더니스트들이 리듬의 무용론을 내걸었던 걸로 나는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의 시에 좋은 것들이 있었습니까. 난해한 시가 좋은 줄 알고 공연히 시를 알지도 못하고 난해시를 써서 우리 조용한 시단을 떠들썩하게만 했지 그들의 해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이미지즘이 어떻고 다다이즘이 어떻고 쉬르리얼리즘이 어떻고 주지주의가 어떻고 섣부르게 동냥해 온 것 같은 얕은 상식을 가지고 현대 시들을 말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진실로 우리나라 현대시도 한참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20세기 초기에 있었던 이즘(ism)은 다 해체가 되어서 떠도는 망령(귀신)들이 되어 현대시 구성에 어딘가에 끼여 돌고 있을 뿐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로 현대시는 그들이 혼합되어 만들어 내고 있는 지적인 결정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현대시엔 그들이 다 끼여 있어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제 구실들을 다 잘 해내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감각적인 효과로써, 지적 의미의 효과로써 현대시는 여러모로 총체적인 감각과 의미의 결정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현대시엔 병적인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온전치 않은 발언 같은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고름 나는 언어, 고름 나는 문장, 고름 나는 시들이 너무나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썩은 언어들, 병폐한 시들이 지금 우리 시단의 일부에 끼여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정신이상자들의 시들이 유행을 만들고 있는 게 한국 시단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어느 쓸쓸한 날, 인천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학장실에서 그 흐린 날에 쓰여진 내 마음의 정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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