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서울 한구석 / 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6-22 10:58
조회수: 4432 / 추천수: 66
 
서울 한구석

                                조병화
  

전쟁이 지나간 자국의 침묵처럼
녹슬은 철근에 비는 내린다

진종일을 개이지 않는 우울이
빗물이 흐르는 유리창 안에 감돌고

집을 짓고 같이 살고 싶던 내 사람
내 사람이 사라진 가슴에 비는 내린다

지금 어드매 비맞는 내 가슴 깊은 곳을
흙탕물 쏟아지는 강이 흐르고

사랑이 지나간 후줄근한 자국 그 자국에
녹슬은 세월처럼 비는 내린다

                                              
-제6집《서울》에서





  “녹슬은 철근”처럼 앙상하고 황량한 “서울 한구석”에서 “진종일 개이지 않는 우울”의 비를 맞고 있다. “집을 짓고 같이 살고 싶던 내 사람”이 사라진 이후, 서울에는 어디에도 나의 집이 없다. 어디에나 “전쟁이 지나간 자국”처럼 황폐하기만 하다. “내 가슴 깊은 곳에”는 ‘흑탕물’이 쏟아지는 ‘강’이 흐른다. 나에게 서울은 녹슬은 세월의 ‘비’만이 넘쳐날 뿐이다. 사랑을 잃은 나에게 서울은 고아보다 더욱 황막하다.

-해설/홍용희(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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