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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밤의 이야기20 / 조병화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6-06-23 10:45
조회수: 5408 / 추천수: 72
 
밤의 이야기 ․ 20
                                       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제9집《밤의 이야기》에서





  세상은 온통 부질없고 덧없고 허망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곳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것은 그래도 아직 나에게 소망과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 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와 같은 자기 연민과 긍정을 스스로 가져보지만,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같은 “인간의 자리”는 여전히 허무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다시 반복해서 힘주어 노래한다.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과 삶과 그리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너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허무에 무너지는 생의 의지를 거듭 반복해서 일으켜 세우는 자기 고투의 모습이 단단하면서도 고적하게 느껴진다.

-해설/홍용희(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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