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95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7-19 19:56
조회수: 164
 
156. 문득 대중문화 시대에 있어서의 시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과 시인’. 어찌할 수 없도록 도도히 흐르고 있는 이 대중의 물결, 그 대중문화의 물결. 그 속에 끼여 흘러갈 수밖에 없는 시인들, 순수 예술인들. 시인이나 순수 예술가들은 고독이 그 천성이라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더욱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전파라는 대중 매체로 인하여 급작스럽게 대중문화가 판을 치는 세상으로 바뀌고 보니, 시인이나 순수 예술가들은 고독한 뒷전으로 몰락해 가는 슬픔을 어찌할 수가 없다.
  “무식한 것처럼 암흑은 없다”고 말한 셰익스피어의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실로 무식한 자들하고 산다는 것은 지옥이다. 대중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이 우매한 물결. 어찌 이 무식한 물결을 당해 낼 재간이 있겠는가. 한심스럽고 외롭고 쓸쓸할 따름이다.
  지금 시인들은 멸망해 가는 문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무식한 대중 물결 속에서 머지않아 시는 매몰되어 버릴 것만 같다. 식욕과 성욕과 쾌락으로만 치닫고 있는 이 대중의 물결, 그 대중문화의 물결을 어떻게 누가 막아내리. 무기력하고 고독한 시인을 생각하곤 한다. 가치관의 몰락이라고 할까, 가치관의 전환이라고 할까. 완전히 가치관이 변질되어 가고 있다.
생각하는 곳에서 행동하는 곳으로, 행동하는 곳에서 더 한발 나가서 노출하는 곳으로, 인간들은 완전히 벗고 나온 그 물결에서 살고 있다.
  전파 매체는 온 세계를 이렇게 하나로 이 지구를 완전히 벗겨 버렸다. 지구가 완전히 벗어 버린 이 대중문화 속에서 시인은 아직도 벗을 수 없는 상태에서 더욱 고독한 자아에 똘똘 뭉쳐간다. 아, 이 쓸쓸함.
(『외로우며 사랑하며』, 36~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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