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85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05 16:29
조회수: 78
 
46 낮은 목소리로ㆍ1, 2, 3

1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옵니다
나에게 주어진 가장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옵니다
먼 목소리로 이야기하옵니다

2
가장 많은 하늘율 가지고 계시옵니다
가장 많은 하늘 아래 빈 그 자리
아름다움이며 슬픔이며 사람이 사는 곳
가장 많은 눈물을 가지고 계시옵니다

3
혼자 계시옵니다 항상 혼자 계시옵니다
가장 많은 것 다 가지고 혼자 계시옵니다
이 세상 웃음이고 이야기고 벗이고 많은 것
실은 혼자 계시옵니다 항상 혼자 계시옵니다.

                                        시집 『낮은 목소리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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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 음력 6월 2일, 맑은 해가 솟은 아침에 어머님은 이 세상을 하직하셨습니다. 향년 81세, 실로 맑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순간 나는 크나큰 공허감을 느끼면서 내 자신의 영혼의 고향하고 멀어져가는 적막감을 느꼈습니다. 때마침 나는 세상을 상실한 고독감에 사로잡혀 살고 있을 때라,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하여 강렬한 허무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시집 『밤의 이야기』처럼 나의 숙명적인 개인의 어둠과 나의 시대적(역사적)인 피할 수 없는 생존에 대한 어둠을 겸해서.
  ‘임재(臨在)와 부재(不在)’라는 부제를 붙여서 이 정신적인 고통과 허무를 「낮은 목소리로」라는 연작시를 씀으로써 이겨내려 했던 겁니다
  실로 우리들의 이 이승의 존재는 임시적인 존재이며 항상 부재적(不在的)인 존재라는 것을 생각했던 겁니다
  어머님처럼, 이 이승엔 잠시 임시로 존재하다가 다른 본향(本鄕)으로 떠나는 것이다, 하는 생각이 깊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목소리들이 높은 이 나라의 시단(詩壇) 세계에 아주 싫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낮은 목소리로’ 나의 영혼의 자리, 그 위안의 자리, 나의 진실한 존재의 자리를 찾았던 겁니다.
  소리 높은 시들, 시인들이 얼마나 극성을 부리고 있었던가. 시는 이러한 소리 높은 시인들의 강요에 의한 감동도 아니고, 그 매혹도 아닙니다. 시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낮은 진실된 목소리가 아닌가, 조심스러우면서 강렬한 그 낮은 목소리, 나는 그곳으로 더욱 깊이 나의 목소리의 자리를 찾아들었던 겁니다.
  이리하여 시집 『낮은 목소리로』는 81편의 4행시로 1962년 11월에 원응서(元應瑞) 씨(영문학 전공)가 경영하던 중앙문화사(中央文化社)에서 출간이 된 겁니다.
  어머님의 부재와 나의 사랑의 부재와 나의 존재의 부재가 합류되어서 나의 시의 본질적인 목소리를 찾아들었던 겁니다
  ‘시(詩)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낮은 목소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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