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86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7-05 16:31
조회수: 102
 
47 낮은 목소리로.40, 42, 43

40.
생각을 항상 주시옵는 자리에 계시옵니다
생각을 항상 비쳐 주시옵는 자리에 계시옵니다
생각을 항상 자리잡게 하여 주시옵는 자리에 계시옵니다
생각 속에 항상 이 목숨 다하여 주시옵는 자리에 계시옵니다

42.
가진 거 없으올 때, 찾아뵈옵니다
빈 마음이올 때, 찾아뵈옵니다
젖은 거 없으올 때, 찾아뵈옵니다
빈 바람이올 때, 찾아뵈옵니다.

43.
아름다운 것은 실로 외로움이옵니다
지혜로운 것은 실로 외로움이옵니다
평화로운 것은 실로 외로움이옵니다
은혜로운 것은 실로 외로움이옵니다.
              
                                   시집 『낮은 목소리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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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이 두 대상은 항상 나에게 생각하는 힘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새롭게, 새롭게, 보다 새롭게, 깊이 생각하는 그 무엇을 주는 대상이었습니다.
  떠나시고 먼 곳에 계신 부재(不在)의 어머님과, 사랑해도 항상 먼 곳에 있는 부재(不在)의 사랑은 늘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며, 나의 존재와, 나와의 관계와, 산다는 그 자체를 늘 철학하게 하는 겁니다. 참으로 이러한 부재의 존재는 나로 하여금 많은 사색과 지혜와 허무의 긍정을 주곤 했습니다. 소유의 포기는 이러한 진실된 허무사상을 강렬하게 나에게 심어 주었던 겁니다. 흔들리지 않는 인생관으로 이러한 허무와 포기 사상은 나에게 실로 존재의 희열로 이끌어 주었던 겁니다.
  소리 높은 시대, 소리 높은 역사, 소리 높은 사회, 소리 높은 시단, 소리 높은 시인들, 소리 높은 가시망 같은 언어들, 나는 이 속에서 죽어야 했던 겁니다. 죽어서 살아야 했던 겁니다. 낮은 숨소리로, 낮은 목소리로, 낮은 생존의 존재로 나의 존재는(1921년생) 줄곧 생존의 피해자, 역사의 피해자로 일관되어 왔었지만, 1960년대는 참으로 심한 생존의 먼지였습니다. 한국을 살아가는 게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본질적으로 이렇게 약하면서 강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해서는 끝없이 약하고, 나에게 대해서는 끝없이 강한 생명체였습니다
  나에게 역사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강한 역사의식이었습니다. 나에게 참여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것이 내가 나에게 있어서 강하게 참여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생존에 대하여 강한 참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역사라는 것은 긴 생존의 역사이지, 현상의 역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생존에 대해서 투쟁을 하는 것이라, 인종(忍從)을 하고, 그 인종으로써 생존을 이겨내려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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